북한은 최근 이틀 새 한·미·일을 순차적으로 겨냥해 미사일 도발을 벌였다. 이에 투입된 비용만 북한의 1년 치 쌀 수입액을 넘는다. 미국 랜드연구소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 북 단거리 미사일은 “한 발에 200만~300만달러(28억~42억원) 정도 된다”면서 “2일 하루 동안 25발 미사일을 쏘는 데 쓴 돈은 5000만~7500만달러(약 1065억원)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2019년 북한이 중국에서 연간 수입한 쌀 규모가 7000만달러 수준이다.
현재 경제적으로 어려운 북한이 큰 재정 부담인 ‘무더기 미사일 도발’을 벌이는 건 역설적으로 그만큼 상황이 급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인력·자원을 쥐어짜는 구조로 미사일을 만들기 때문에 실제 단가는 국제 기준보다 낮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렇게까지 한다는 건 확실히 지금 상황이 급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은 코로나 봉쇄 등으로 누적된 경제난이 심각한 지경이며 이 때문에 하루빨리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으려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유성옥 진단과대안연구원장은 “대내적으로 경제난이 가중된 주민들의 불만을 전쟁 분위기 조성으로 잠재우기 위해 속전속결식 도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로 인한 경제 침체를 뚫고 세계적인 관심을 끌려 하고 있다”고 했다. 안보 부서 당국자는 “북이 현재 안팎의 위기를 더 큰 위기를 만들어 넘어보려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했다.
북이 선 넘는 협박으로 우리 국민들의 불안감을 고조시켜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핵보유국 지위를 조기에 인정받겠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북한의 2~3일 미사일 위협, 특히 북방한계선(NLL)을 월선한 2일 도발은 ‘울릉도 공습 경보’로 연결되면서 그동안 북한의 협박에 둔감했던 우리 국민들에게도 불안감을 던져줬다”며 “향후 우리 국민은 물론 미국인들까지 체감할 수 있는 천안함, 연평도급 수준의 도발도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이와 같은 전략을 통해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는 ‘급행 열차’를 타려 한다고 했다. 전 전 원장은 “핵을 가진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미 훈련을 명분으로 도발하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한 뒤 핵 군축 회담으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핵 보유를 인정할 때까지 긴장 수위를 높일 것이며 군사적으로 압박하면 핵전쟁도 불사할 것이라는 미친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상당한 조급증이 엿보인다”면서 “이런 기세로 최종적으로 7차 핵실험을 하고 핵 군축과 제재 완화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북한의 최근 도발이 한국과 미국, 일본을 각각 돌아가며 겨냥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NLL 월선은 한국을, 중거리 탄도미사일 도발 등으로 일본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미국을 각각 목표로 삼는 것이다. 군에서는 “한·미·일 삼각 동맹의 틈새를 뚫어보려는 전략”이라는 말이 나왔다. 한미가 북한의 고강도 도발 직후 연합 공중 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을 연장한 것은 북한의 이런 노림수에 말려들지 않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군은 다만 북한이 무리한 도발을 하면서 ICBM인 화성-17형의 미완성이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등 허점도 노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일 중국 쪽 서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한 것 역시 이례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최근 중국이 유엔에서 북핵 규탄에 동참한 것에 대한 반발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