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북측으로부터 선물받아 퇴임 후 양산 사저에서 키우던 풍산개 3마리를 국가에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이 5월 양산 사저로 내려가 키운 지 약 6개월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나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뉴스1

풍산개들의 거취 문제는 3월 대선 후부터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3월23일 오전 한 매체가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풍산개들을 사저로 데려가지 못한다”고 보도하면서, 거취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일단 국가 원수로부터 받은 풍산개들은 현행법상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돼, 소유권이 국가에 있어 퇴임 후 문 전 대통령 개인이 키울 수 없다. 방법은 문 전 대통령이 임기 전에 국가가 운영하는 동물원, 공공기관 등에 분양하거나, 윤 대통령이 받아 키우는 것이었다.

보도가 나온 날 윤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풍산개 인수인계 질문이 나오자 처음엔 “두고 가시면, 뭐 저한테 주신다면 내가 잘 키우고”라고 했다. 그러다 “아무리 정상 간 해서 받았다 해도 키우던 주인이 계속 키워야지 주인이 바뀌면 강아지는 좀 일반 물건하고 다르죠. 정을 자기한테 많이 쏟은 주인이 계속 기르게 하는 것이 그게 오히려 선물의 취지에 맞는 거 아니겠어요”라며 문 전 대통령이 키우는 것이 낫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2019년 9월 1일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암컷 곰이와 문 전 대통령이 기르던 수컷 마루 사이에서 태어난 풍산개 강아지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 풍산개 새끼 7마리(아름· 다운· 강산·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6마리를 입양 보내고 다운이만 남겼다가 경남 양산 사저로 데려갔다./뉴스1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풍산개와 관련된 부인 김건희 여사와의 일화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차담을 하는데 내 처(妻)가 그 강아지 보고 싶다는 말을 할라 그래서 내가 발로 찼다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했다)”라고 말했다.

5일 뒤, 윤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과의 회담 자리에서도 풍산개들을 문 전 대통령이 키웠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이 먼저 “청와대에서 키우는 풍산개는 어떻게 할까요”라고 묻자, 윤 대통령은 “반려견은 키우던 사람이 계속 키우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대통령님이 데려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라고 제안했다.

이후 문 전 대통령은 5월 퇴임하고 풍산개를 관리하기로 결정했다. 퇴임 직전 문 전 대통령 측 오종식 비서관과 행정안전부 측 심성보 대통령기록관장이 “풍산개를 관리하는 데 필요한 경비를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의 협약서도 주고 받았다. 행안부는 한달 기준 ▲사료값 35만원, ▲의료비 15만원, ▲관리 용역비 200만원 등 총 250만원 정도의 예산 편성안도 만들었다.

이어 행안부는 올해 6월 17일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대통령이 받은 선물 중 동·식물을 기관 또는 개인에게 위탁하고, 관리에 필요한 물품 및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개정 작업이 지연되면서, 문 전 대통령이 풍산개를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이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님, 퇴임 이후 본인이 키우는 강아지 사육비까지 국민혈세로 충당해야겠냐”며 “겉으로는 SNS에 반려동물 사진을 올리면서 관심 끌더니, 속으로는 사료값이 아까웠습니까. 참으로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대통령실의 반대로 관련 시행령 개정이 되지 않아 반납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문 전 대통령 비서실은 보도자료를 내고 “행안부는 지난 6월 17일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 했으나 이유를 알 수 없는 대통령실의 이의제기로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며 “그 후 행안부는 일부 자구를 수정해 재입법예고를 하겠다고 알려왔으나 퇴임 6개월이 되는 지금까지 진척이 없다”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면, 대통령기록관과 행안부의 입장과는 달리 대통령실에서는 풍산개의 관리를 문 전 대통령에게 위탁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듯하다”며 “그렇다면 쿨하게 처리하면 그만이다. 대통령기록물의 관리위탁은 쌍방의 선의에 기초하는 것이므로 정부 측에서 싫거나 더 나은 관리방안을 마련하면 언제든지 위탁을 그만두면 그만”이라고 지적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어떤 이유에서인지 현 정부 출범 후 6개월이 다 되도록 시행령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들리는 말에 따르면, 용산 대통령실이 시행령 개정에 발목을 잡고 있다 한다”라고 했다. 이어 “겉으로는 호탕하게 ‘데려가서 키우셔라’고 해 놓고, 속으로는 평산마을에서 키우는 행위를 ‘합법화’하는 일에 태클을 거는 것은 용산 대통령실인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