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겨냥해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강하게 추궁하면서 “발악” “추태”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국민의힘은 징계를 요구하며 반발했고, 강 의원이 유감을 표명하면서 양측의 대립은 일단락됐다.
◇”법적 책임 회피하고자 발악하고 있다”
강 의원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에서 이 장관을 향해 “법적인 책임을 어떻게든 회피하고자 발악하고 있다. 이 정도 정성의 반의 반, 반의 반만이라도 재난 관리했다면 이태원 참사가 왜 발생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고위공직자는 나 혼자 살아보겠다고 추태를 부리고 있다”며 “부끄러운 줄 아셔야 한다”고 했다.
이 장관은 “의원님 의견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장관님, 부끄럽습니까?”라고 물은 뒤 “공감, 부끄러움, 수치심, 이런 감정들은 인간이 갖고 태어나지 못한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는 “우리가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 이런 감정들은 어떻게 생기느냐. 부모로부터 배운다”며 “적절한 상황에서 사회적인 인터랙션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장관님이 부끄러움을 모르시는 것 같다. 그동안 보고 배우지 못하신 것 같아서 굉장히 안타깝다”고 했다.
이 장관은 “그렇게 함부로 얘기하시면 안 된다”고 말했으나 강 의원은 그대로 자신의 질의를 이어갔다.
◇”본인의 직함과 소속 모르십니까?”
강 의원이 이 장관에게 직함과 소속을 물으면서 두 사람 사이에 긴장감이 오가기도 했다.
강 의원은 “본인에게 법적 책임 없다고 확신하십니까?”라고 물었고, 이 장관은 “그건 수사기관이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지난번에는 왜 없다고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장관이 “그때도 말씀드렸지만 재난 이후에 대해서만…”이라고 답하자 강 의원은 “장관님, 본인의 직함과 소속 말씀해주세요”라고 말을 잘랐다.
이 장관이 답하지 않자 강 의원은 재차 “어느 부처 누구십니까? 모르세요? 본인의 직함과 소속 모르십니까?”라고 물었다. 한참을 강 의원을 쳐다만 보던 이 장관은 “알고 있다. 행정안전부 장관”이라고 답했다.
또 이 장관이 “법적 책임이라는 게 행정적 책임도 있고, 형사적 책임도 있고, 정치적 책임도 있고 여러 책임이 있을 수 있다”며 발언을 이어가자 강 의원은 “장관님, 장관님, 장관님, 안 들리세요? 안 들리세요?”라며 자신이 원하는 답변을 들을 때까지 똑같은 말을 반복하기도 했다.
◇與 “금도 넘었다”…강선우 “유감”
일련의 상황을 두고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행정부의 내년도 예산을 심사하는 자리고, 관련해서 정부의 잘못을 질책하고 따질 수도 있다”며 “그러나 국무위원을 보고 발악한다는 표현은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나와서는 안 될 말이라고 생각한다. 금도를 넘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같은 당 김미애 의원은 “국무위원에 대한 존중은 고사하고 인간에 대한 존엄성마저 침해하는 게 아니냐”며 ’의원은 본회의나 위원회에서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대해 발언해서는 안 된다’는 국회법 146조를 들어 강 의원의 국회 윤리특위 징계를 요구했다.
결국 강 의원은 “오늘 저의 발언으로 예결위 진행에 차질이 빚어진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금도 넘은 발언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해준 것은 일단 수긍한다”며 “어떤 경우라도 국민이 듣기에 거북하고 듣는 당사자가 심히 모욕을 느끼고 인격에 손상이 올 언어들은 모두가 자제하는 게 옳을 것”이라고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