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대통령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미 의회에 난입하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정치 양극화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정치학자들은 정치 양극화가 전 세계적 현상이며 특히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했다는 미국에서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의 정치 양극화는 지난 2021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미 연방의회 난입 사건 이후 더욱 악화하고 있다.

그래픽=박상훈·김현국

박준 한국행정연구원 국정데이터조사센터 소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극단적 성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 2016년 대선 경선 당시 단 5% 열성 지지자의 힘을 기반으로 공화당 후보가 됐고 대통령에 당선됐다”며 “좌우 양 극단에 있는 정치인들이 더 주목받고, 정치 양극화가 더 심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미 공영 라디오 방송 NPR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의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작년 내내 한 자릿수를 맴돌았다. 작년 2월 공화당 지지자 중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긍정 평가한 비율은 6%였으며, 5월과 9월에도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자의 80% 안팎이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민주당·공화당 지지자들이 우선시하는 의회 활동도 판이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민주주의 수호(29%)’를 의회 활동 최우선 과제로 꼽은 반면 공화당 지지자들은 인플레이션 문제(41%)를 우선 과제라고 답했다. 아예 서로 다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 경우도 있었다. 민주당 지지자의 17%는 기후변화 문제를 의회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라고 했지만, 공화당 지지자들은 대신 이민자 문제(23%)를 우선 해결 과제로 꼽았다.

정치 양극화는 일상생활도 파고들었다. 여론조사회사 유고브(YouGov) 등에 따르면, ‘내 자녀가 상대 당 지지자와 결혼한다면 불쾌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60년 사이 10배가량 늘었다. 1960년 민주당 지지자의 4%만이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지만, 2020년엔 38%가 “내 자녀가 공화당 지지자와 결혼하면 불쾌할 것”이라고 했다.

극단 정치인들이 선거를 통해 걸러지는 ‘선거 심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부정 선거’ 의혹에 적극 동참했던 조지아주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은 지난 11월 중간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그린 의원은 최근에는 “만약 내가 그것(의사당 폭동)을 조직했다면 무장했을 것이고 성공했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정치 양극화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자 의회 차원의 특별위원회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미 하원 선진화 특별위원회는 지난 2019~2020년 활동 결과를 기반으로 정치 양극화 해소를 위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는 의원들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초당파적 의원 전용 공간’을 만들고, 1년에 2번씩 가족을 동반한 초당파적 여행을 가며, 상임위별 초당파 협의회를 구성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부분 다당제 체제를 유지하는 유럽 역시 최근 정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20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정치 양극화가 정점에 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스웨덴 등 다당제 국가들 역시 최근 반이민주의를 기치로 내건 정당들이 지지를 확장하고 있다. 장선화 대전대 교수는 “스웨덴 같은 경우 정치 양극화와는 거리가 먼 국가였지만 최근 반이민 정당인 민주당이 2당으로 올라섰다”며 “유럽의 포용주의적 정치 전통이 깨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 양극화 현상의 예외 국가도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영국 등에서는 여야 지지자별로 정부의 코로나 대응 평가가 크게 엇갈렸지만 호주·덴마크 등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호주·덴마크의 경우 각각 야당 지지자의 93%, 여당 지지자의 98%가 정부의 코로나 대응이 잘됐다고 평가했다. 이들 국가에서는 심각한 정치 양극화 현상이 없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