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李가 당연히 총선 공천”
”부결 외치더니 조직적 뒤통수… 분란 세력들로부터 당 지켜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표 사태와 무관하게 28일 당무를 이어갔다. 친명계는 이 대표를 엄호하며 ‘이재명 사퇴론’에 대해 “웃기는 얘기”라고 맞받았다. 이들은 “내년 4월 총선 공천권은 당연히 (당대표 선거에서) 77.77%의 지지를 받은 이 대표가 행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 역시 대표직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수색초등학교를 방문해 학교 급식 노동자들을 만나 ‘민생 최우선’을 강조했다. 체포동의안 표결 전부터 예정돼 있던 일정이었다. 이 대표 측은 “넘어야 할 산을 하나 넘었으니 이제 시급한 현안 처리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전날 본회의장에서 예상과 달리 이탈표가 쏟아지자 당황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후 측근 의원들과 통화하며 “걱정하지 마시라” “괜찮다”고 했다고 한다. 한 친명 의원은 “이 대표가 이대로 죽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분란을 일으키는 세력들로부터 민주당을 지켜야 할 명분을 쌓았다”고 했다.
친명 쪽에선 비명계가 내년 총선 공천권 보장을 위해 이 대표를 상대로 실력 행사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친명인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어제 표결 결과는 사실상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당대표를 끌어내리겠다는 선언이었다”며 “아마 이 대표가 국민 몰래 공천 보장을 약속했다면 아마 이런 이탈표는 없었을 것이다. 체포동의안 처리를 무기로 해서 ‘공천권 보장’을 거래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표결을 앞두고 비명계 의원들을 1대1로 만나거나 투표권이 없는 원 외 인사들에게도 전화해 “도와달라”고 설득했었다. 이후 대표적 비명계인 설훈, 강득구 의원이 여러 차례 의원총회를 통해 “우리 하나 돼서 부결시키자”고 한 바 있다. 당 관계자는 “이렇게 공개적으로 부결을 외쳐놓고 뒤에서 조직적으로 표 관리를 해서 교묘하게 뒤통수를 친 것”이라며 “경기 등 수도권 친문 의원들이 움직였다고 본다”고 했다. 친명 의원들은 우선 당의 분열을 최소화하고 2차 체포동의안 표결 때는 자유투표가 아닌 당론투표로 부결시키자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당회의에서 “당의 단일한 대오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비명] “총선 대비해 조치 필요”
“이번 이탈표 숫자는 빙산의 일각” 수도권·무계파 의원들 합류 기대
더불어민주당 비명계 의원 30여 명이 참여하는 모임 ‘민주당의 길’은 28일 예정됐던 토론회를 취소했다. 모임을 이끌어 온 이원욱 의원은 “체포 동의안 표결 전부터 오늘 회의는 하지 않기로 했다”며 “표결 결과와 상관없이 시점이 적절치 않다고 봤다”고 했다. 전날 이재명 대표의 체포 동의안 표결에서 30여 표에 달하는 이탈표가 나오자, 비명계는 공개적인 의사 표명을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한 비명계 의원은 “행동이 요구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것일 뿐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비명계에선 “축적의 시간이 지나면 결단의 순간이 다가올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전날 이탈표 규모에 대해 “그 숫자는 빙산의 일각이다. 지도부가 저변에 흐르는 분위기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대표 거취에 대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 건 틀림없다”고 했다.
비명계 측 인사는 “어제 체포 동의안에서 무효·기권 표는 물론 부결 표를 던진 의원들 중에서도 ‘이번까지는 막아주겠는데 체포 동의안이 또다시 오면 그때는 이 대표가 결단하라’는 의견도 상당수”라고 했다.
특히 일부 비명계 의원은 “다음 체포 동의안 때는 이탈 표가 100표에 달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 대표를 향해 체포 동의안 가결과 대표직 사퇴 중 하나를 택하라는 압박으로 해석됐다.
표결 직전 이 대표에게 ‘부결 이후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설훈 의원 등은 이 대표가 3월 초까지 어떤 결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금은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한다. 비명계 한 의원은 “이 대표는 표결 직전까지 비명계를 일대일로 만나 ‘나를 중심으로 뭉치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때 많은 의원이 벽을 느꼈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비명계 의원들은 총선이 다가오고 이 대표의 잇따른 사법 리스크로 여론이 악화할수록 ‘이 대표로는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수도권 초·재선 및 무계파 의원들이 뜻을 같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