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이 미 백악관 만찬장에서 열창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가수 돈 매클레인의 사인이 담긴 통기타 한 점을 선물했다. 그런데 이 기타는 통기타의 양대산맥이라고 일컬어지는 ‘마틴’이나 ‘테일러’ 제품이 아니었다. 특별한 사연이 담긴 기타였다.
현지 시각 26일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마련한 백악관 만찬에 초대된 윤 대통령은 매클레인이 1971년 발표한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를 불렀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뒤로 슬쩍 빠져줬고, 윤 대통령이 노래를 이어갈 때마다 입을 쩍 벌리며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노래에 담긴 특별한 의미 때문이었다. 이 곡은 1972년 1월 4주간 빌보드 차트 1위를 달성했던 노래로, 1950~60년대를 풍미한 로큰롤 가수들의 죽음을 노래한 위로곡이었다. 2023년에 한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이 1970년대 한국의 대표 위로곡인 가수 윤복희의 ‘여러분’을 부른 것과 비슷한 것이었다.
노래가 끝난 뒤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건넨 선물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노래를 불렀던 돈 매클레인의 사인이 담긴 기타를 윤 대통령에게 선물했는데, 이 기타는 깁슨(Gibson)사의 J-35 모델이었다. 깁슨은 전기 기타 브랜드로 유명하지만 통기타로는 양대산맥인 마틴과 테일러에 비해 덜 인기 있는 브랜드다.
하지만 이 기타엔 특별한 의미가 있다. J-35는 미국에서 ‘대공황 기타’라고 불린다. 처음 세상에 나온 게 1936년, 미국이 대공황으로 가장 극심하게 고통을 겪던 시기다. 깁슨은 스테디 셀러였던 ‘점보’의 균형 잡힌 소리를 재현하면서도 점보의 반값 밖에 안 되는 35달러에 이 기타를 팔았다. 경쟁사인 마틴의 대표 모델 D-18의 가격 65달러에 비해서도 반값 수준이었기에, 대공황이 끝나고 단종된 1942년까지 가장 많이 팔린 통기타 가운데 하나였다.
깁슨 기타는 중후한 사운드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J-35는 깁슨 답지 않은 밝고 깔끔한 소리로 유명하다. 이 기타는 깁슨이 대공황에 빠진 미국에 선물한 위로였던 것이다.
윤 대통령은 미국 음악가를 위로하는 노래를 불렀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을 위로한 기타를 윤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의 파트너십을 위해, 우리 국민을 위해, 가능성을 위해, 한국과 미국이 함께 만들어갈 미래를 위해, 우리가 그것을 향후 170년 동안 함께하길”이라고 외치며 건배를 제의했다. 윤 대통령은 “우정은 네 잎 클로버 같아서 찾기는 어렵지만 일단 갖게 되면 그것은 행운이라는 속담이 있다”며 “오늘은 한미 동맹이라는 네 잎 클로버가 새 뿌리를 뻗어나가는 역사적인 날로 기억되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