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2013년 김관진 당시 국방 장관의 사진이 붙어있는 표적과 이를 사격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게재했다. /우리민족끼리

김관진(74) 전 국방부 장관이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급 위원으로 내정되면서, 김 전 장관의 현직 시절 일화들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북한의 2010년 연평도 민간 거주지역 포격도발 1개월 뒤 취임한 김 전 장관은 취임 첫날 연평도 방문을 시작으로 “적이 도발하면 자동응징”, “포격 도발시 10배 응징” “북한이 대규모로 장사정포 공격에 나설 징후가 있을 경우 선제 타격” 등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한은 군용 사격훈련 표적지에 김 전 장관 얼굴을 그려넣으며 그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북한이 도발하면 숨통 끊어놓으라”

김 전 장관은 2010년 12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제43대 국방장관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이자 박근혜 정부 초대 국방장관이었다.김 전 장관은 국방장관 취임사에서 “또다시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해온다면 즉각적이고 강력한 대응으로 그들이 완전히 굴복할 때까지 응징함으로써 도발 대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후 ‘북한군이 먼저 쏘면 궤멸할 때까지 자동 보복’ 원칙을 지속적으로 천명했다.

2011년 3월 서부전선 최전방 부대를 순시하면서 지시한 발언은 유명하다.

“작전 시행 시 현장에서 ‘쏠까요, 말까요’ 묻지 말고 선조치 후보고하라”고 했다.

이듬해 3월에는 서해 연평부대를 찾아 “적이 도발하면 자동 응징하라”며 “언제까지? 적이 굴복할 때까지”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는 자신에게 보고할 필요 없이 일단 대응 사격 등의 강력한 조처를 하고 나중에 보고하라는 것이었다.

2013년 2월 미사일 부대를 방문했을 때는 “북한은 나라 자체가 전망이 없는 불량국가”라며 “북한이 도발할 경우 우리가 가진 미사일로 초전에 적의 맥을 끊고 마지막에 적의 숨통을 끊을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또 국방관련연구소에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800㎞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실전 배치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북한을 압박하기도 했다.

2012년 3월 서해 연평부대를 찾은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이 "자동 응징"을 지시하고 있다. /KBS

◇북한 “김관진놈” 사격 훈련 사진 공개

이 같은 김 전 장관의 강경한 모습이 북한으로서는 눈엣가시였는지 북한은 이례적으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보다 김 전 장관을 향해 맹비난을 가했다. 북한은 2012년부터 김 전 실장의 사진을 표적으로 한 사격 과녁을 만들어 총을 쏘는 훈련 장면을 공개했다. 과녁에는 ‘김관진놈’이라는 글이 적혔다. 또 군견이 김 전 실장의 사진이 붙은 허수아비 인형을 물어뜯는 장면도 공개했다. 이 사진의 이름은 ‘미친개 김관진놈을 가상한 표적을 무자비하게 물어제끼고 있는 군견들’이다.

북한은 2013년 김 전 장관이 유임되자 “김관진은 무자비한 보복 타격의 첫 번째 벌초 대상” “천하에 둘도 없는 추악한 민족반역자”라고 비난했다. 김 전 장관을 향해 “인간 오작품(불량품)” “전쟁 불망나니”와 같은 원색적인 발언도 연일 쏟아냈다.

북한이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2013년 공개한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을 겨냥한 훈련 사진. 이 사진의 제목은 '미친개 김관진놈을 가상한 표적을 무자비하게 물어제끼고 있는 군견들'이다. /우리민족끼리

◇박근혜 정부 1년, 가장 잘한 건 ‘외교‧안보’

김 전 장관 재임 당시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 1년의 성과로 남북관계를 비롯한 통일‧외교·안보 분야를 꼽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초부터 개성공단 폐쇄 위기, 4차 핵실험 등 북한 추가 도발 위협, 북한 권력 2인자 장성택 처형 등 북한발(發) 악재가 연이어 터졌지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가 북한의 태도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2014년에는 이명박 정부에서 중단됐던 이산가족 상봉이 다시 이뤄지기도 했다.

국민들의 인식도 같았다. 2014년 박근혜 정부 취임 1주년을 맞아 서울경제신문이 한국리서치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박근혜 정부가 가장 잘한 국정운영 분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21.5%가 외교 분야를, 21.0%는 남북관계를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