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지난 6월 27일 자영업자의 애환을 담은 책과 강연으로 유명한 곽대중(필명 봉달호)씨가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하는 ‘새로운당’ 대변인이 되었다.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성찰과 모색)’이라는 모임은 오는 9월 ‘새로운당’(가칭)이란 당명의 신당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곽 대변인은 전남대 학생회장 출신의 운동권이었으나, 1990년대 후반 북한에서 300만명이 굶어죽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향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편집장과 데일리NK 논설실장 등 북한 인권운동을 하다가 편의점을 운영하며 ‘매일 갑니다. 편의점’ ‘셔터를 올리며’ 등의 책을 봉달호라는 필명으로 썼다.

지난 7월 10일 서울 마포 인근에서 만난 곽 대변인은 “독일의 자민당은 사회가 너무 우경화되면 왼쪽으로 끌어주고 너무 왼쪽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끌어주는 ‘중심’ 역할을 한다”며 “우리 역시 ‘중심 정당’을 지향한다”고 했다. 지역 기반과 대선주자가 없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에 대해서는 “지역 중심, 인물 중심으로 급조된 제3당은 항상 사라졌다”며 “과거의 제3정당이 그래서 실패했는데 왜 우리더러 그런 길을 가라고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금태섭 신당’이라고 불리는 것은 금 의원 본인도 싫어한다”며 “극단적이지 않고 합리적인 분이라면 누구나 같이할 수 있다”고 했다.

- 왜 ‘금태섭 신당’을 선택했나.“흔히 우리를 ‘금태섭 신당’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금 의원 본인도 그렇게 불리는 것을 싫어하고 우리 실무자들 역시 그렇다. 금태섭 전 의원을 처음 만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다. 국회에서 제3지대 정당에 대한 포럼이 열린다고 하기에 호기심에서 지켜보다가 끝나고 뒤풀이 장소에서 금 의원을 처음 만났다. ‘당신이 출마하려고 이런 정당을 만드는 것 아닌가, 총선 앞두고 위성정당 역할을 하려고 만드는 것 아니냐’고 직설적으로 물어봤다. 대답을 들어보니 사심 없는 사람 같았다.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정당에 가입한 적이 없다. 그래서 금 의원이 정당을 만들면 생애 최초로 입당은 하겠다고 말하고 헤어졌다. 며칠 후 만들어진 정당에 가입하는 것도 좋지만 만드는 과정에 함께 참여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전화가 왔다. 이왕 정치를 하기로 결심했으면 모든 것을 내걸고 하고 싶었다. 은행에 가서 대출을 받았다. 편의점은 점장에게 맡기고, 칼럼이나 강연 수입이 일시에 다 끊기더라도 살아갈 수 있도록 생계비를 준비했다. 내 나름대로는 배수진을 친 것이다.”

- 향후 창당 준비 과정은.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려고 한다. 현재 새로운당 준비위에는 저를 포함해 운동권 출신들이 많다. 조직을 만들고 관리하는 데 익숙하다. 보수 진영에 계시는 분들은 자기 몸값을 올려 공천받는 것은 잘하지만 조직을 만들고 운영하는 일에는 약하다는 느낌을 항상 가져왔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큰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본다."

- 정책 방향은 무엇인가. "흔히 '3지대' 또는 '중도정당' 같은 표현을 쓰는데 우리는 '중심 정당'을 지향한다. 예를 들자면 독일의 자민당 같은 정당이다. 독일 자민당은 적을 때는 7석, 많을 때는 70석 정도를 확보하는데, 연방의회 10%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것으로 독일 사회가 너무 우경화되면 왼쪽으로 끌어주고 너무 왼쪽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끌어주는 '중심' 역할을 한다."

- 참여를 원하면 모두 받아주나. "우리의 정책 방향에 동의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든 환영한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다만 최근에 금태섭 전 의원이 정태근·박원석 전 의원 등과 식사 한번 한 것을 두고 '대안신당'을 준비 중이라는 기사가 났던데, 그렇게 기성 정치인 중심으로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것은 우리가 가장 경계하는 부분이다. 기존에 제3정당을 지향했던 정당들이 다 그런 식으로 해서 실패했는데 우리가 그런 길을 다시 갈 수는 없지 않은가."

- 지난 총선에서는 위성정당이 문제가 되었다. 비례를 노리는 것은 아닌가. "위성정당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나라가 세계적으로 많은데, 지난 21대 총선처럼 위성정당을 만든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공당이 유령 정당이나 만든다는 것은 세상 창피한 일 아닌가. 선거법을 어떻게 바꾸든 위성정당 설립을 막을 수는 없다는 회의론이 있던데, 그렇지 않다고 본다. 요즘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는 각서를 받는다고 한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그런 괴이한 각서를 받는 것보다, 위성정당 포기 각서를 받는 것이 더 중요한 일 아닐까. 민주주의 상식에 해당하는 일이다."

- 과거 안철수 의원의 제3당을 어떻게 평가하나.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호남 의원 중 민주당에 불만이 있던 사람들이 빠져나온 꼬마 민주당 정도였다. 지역 중심, 인물 중심으로 급조된 제3당은 항상 그런 식으로 사라졌다. 지금 우리 새로운당이 지역 기반이 없고 대권주자급 정치인이 없어 실패할 것이라고 말하는 정치평론가들이 계시는데, 우리는 반대로 생각한다. 과거의 제3정당이 그래서 실패했는데 왜 우리더러 그런 길을 가라고 하는가?"

- 정의당이 분화하고 있다. 거기서 나온 이들과 함께할 수 있나. "민주노총이 이념이나 투쟁 방법에 있어 적잖은 비난을 받고 있지만, 순수한 열정을 갖고 노동운동을 지속해오신 분들도 많다. 지금 우리 새로운당에 그런 분들이 많이 결합해 계신다. 극단적이지 않고 합리적인 분이라면 누구나 같이 할 수 있다."

-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친분이 있나. 창당에 대해 상의했나. "김 위원장은 내 인생의 멘토라고 볼 수 있지만, 새로운당에 참여하는 것은 오롯한 내 의지로 결정했다. 김 위원장도 뉴스 보도를 보고 내가 창당 작업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화끈하게 잘 결심했네'라며 '열심히 해'라고 하시더라."

- 국민의힘 민생119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데 국민의힘의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국민의힘 민생119는 당원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었다. 조수진 의원이 조선일보에 실린 내 칼럼을 보고 호감이 있었는지 참여해달라고 해서 전문위원으로 참여한 것이다. 새로운당 대변인이 되면서 조 의원에게 거취를 문의했더니, 외부 전문위원으로 위촉된 것이니 민생119 활동을 계속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기자들에게도 활동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나중에 국민의힘 관계자 이름으로 '해촉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제3자가 볼 때 국민의힘은 나를 내보내고 싶어 하는데 나는 잔류하고 싶어 하는 모양새로 읽힐 것 아닌가. 그리고 조 의원한테서 내 이름만 특위에 올려놓을 테니 회의에는 나오지 말라는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소통 과정의 실수일 수 있지만,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 편의점을 하면 경기 변화가 느껴지나. “코로나19가 처음 닥쳤을 때는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렸고, 구제역이 이슈일 때는 돼지고기가 들어간 도시락이 갑자기 안 팔렸다. 어떤 제품에 건강에 나쁜 성분이 있다고 하면 전혀 팔리지 않는다. 매월 가격표를 갈아 끼울 때 물가 변화도 체감한다. 이런 식으로 여론과 경기 변화를 가장 빠르게 느낄 수 있는 곳이 편의점이다. 최저임금 인상 같은 경우, 편의점은 대개 최저임금을 주는 업종이기 때문에 가장 체감지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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