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이 진행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동작대로에서 지대지 미사일 현무가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뉴스1

26일 성남 서울공항과 서울 도심(시가행진)에서 실시된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는 고위력 탄도미사일과 스텔스 무인기, 국산 장거리 요격미사일 L-SAM 등이 처음으로 공개되는 등 한국군의 첨단 신무기들이 대거 등장했다. 시가행진에는 164대의 각종 무기와 장비들이 참가했다.

2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건군 75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이 진행되고 있다./뉴스1

이번 행사는 우선 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 체계 무기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형 3축 체계는 30분 내에 북 미사일 이동식발사대 등을 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날아오는 북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 북 핵공격을 받았을 때 북 지역을 초토화하는 대량응징보복(KMPR) 등으로 구성돼 있다.

2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실시된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국산 장거리 요격미사일 L-SAM. 최대 50~60km 고도에서 북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뉴스1
지난 22일 오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미디어데이에서 국군 장병들이 3축체계의 핵심인 해성,타우러스,천궁(L-SAM)등 을 기동하고 있다./뉴시스

고위력 미사일은 KMPR의 핵심무기다. 당초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탄두중량(8~9t)을 자랑하는 ‘괴물 미사일’ 현무-5가 공개될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현무-5는 1발로 주석궁이나 금수산태양궁전, 지하 100m 이하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김정은 벙커’를 무력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날 실제 공개된 것은 이보다 위력이 한단계 낮은 현무-4급(級)미사일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무-4급은 탄두중량 2t급으로 지난 2021년9월 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됐었다. 한 소식통은 “현무-5는 북한이 추가 고강도 도발을 할 경우 공개하는 일종의 ‘히든 카드’로 남겨두기로 한 것으로 안다”며 “현무-4급도 일반적인 탄도미사일보다 훨씬 큰 위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단거리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은 1t 이하다.

2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등장한 무인수상정과 무인잠수정 등 해군 무인무기들. /연합뉴스

‘방패’에 해당하는 KAMD를 구성하는 미국제 패트리엇 미사일과 국산 천궁2 및 L-SAM 미사일도 등장했다. 이날 처음으로 공개된 L-SAM은 최대 50~60㎞ 고도에서 북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어 ‘한국판 사드(THAAD)’로 불린다. 발사대 1기에 6발의 미사일이 탑재돼 있다. 앞으로 최대 요격고도를 100㎞로 높여 미국 사드에 육박하는 개량형도 개발된다.

22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진행된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최종 리허설에서 공개된 천궁 미사일./연합뉴스

인구절벽에 따른 병력급감과 미래전 양상에 대비하는 무인기와 무인 함정 등 무인무기와, 이를 활용한 유무인 복합운용체계 ‘멈티’(MUM-T) 무기가 대거 등장한 것도 주목을 받았다. 북한이 최근 공개한 ‘북한판 리퍼’와 비슷한 한국형 중고도 무인기(MUAV)와 차기 군단급 무인기도 공개됐다. 최근 양산이 결정된 MUAV는 최대 100㎞ 떨어진 표적을 감시할 수 있고, 앞으로 미 무인공격기 리퍼처럼 대전차 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 등도 장착하는 무인공격기로 개량될 것으로 알려졌다.

가오리 형상의 소형 스텔스 무인기와 원거리정찰용 소형드론, 우크라이나전에서 활약중인 자폭 드론과 비슷한 자폭형 무인기 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소형 스텔스 무인기는 북한이 지난해 12월처럼 소형 무인기 도발을 할 경우 평양 상공까지 침투해 사진을 찍어온 뒤 공개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해검 등 무인수상정과, 최대 1개월 가량 물속에서 북 잠수함 등을 감시할 수 있는 무인잠수정도 등장했다.

‘폴란드 수출 대박’ 등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K-방산 수출 주력무기들도 총동원됐다. 1문으로 최대 80㎞ 떨어진 축구장 3배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는 ‘천무’ 다연장로켓을 비롯, K2전차, K9자주포 등이 등장했다. 해군 최신예 이지스함인 정조대왕함도 AR(증강현실) 등으로 재현돼 시가행진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2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첫공개된 원거리정찰용 소형드론./연합뉴스

지난해 7월 진수한 정조대왕함은 만재배수량 1만t급 이상으로 함대지(艦對地) 순항미사일, ‘해궁’ 국산 요격미사일, 미국제 SM-6 요격미사일 등으로 무장할 예정이다. 첫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로 개발중인 KF-21도 이례적으로 참가해 본행사 공중분열팀 맨 앞에서 비행할 예정이었지만 비가 와 공중분열이 취소돼 아쉬움을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