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 ‘노후계획도시 정비·지원 특별법’에 대해 “국민의 삶과 직결된 법안이 연내에 꼭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에 적극적인 논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특별법을 당론으로 발의한 데 이어 최근 더불어민주당도 “가급적 정기국회 내, 늦어도 12월 임시 국회에서 꼭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면서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노후화가 심각하지만 도시 규제가 엄격해 주민 불편이 큰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주는 내용의 특별법이 통과되면 전국 51개 지역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지금도 30년 전에 머물러 있는 노후 도시를 미래 도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법 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과거 인구 분산을 위해 조성되었던 신도시들이 노후화되면서, 주민들의 안전과 층간 소음, 주차 시비까지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특별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으로는 광역적 정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 완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정부 출범 후엔 국정 과제로 선정했다.
윤 대통령은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 거점 신도시 등 전국의 많은 국민들께서 법 제정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며 “늦었지만 어제 야당도 특별법 제정에 동의한 만큼 민생과 직결된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주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3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사실상 당론으로 발의했다. 재건축 안전 진단 규제 완화, 용적률 상향, 리모델링 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주는 규제 완화 내용이 담겼다. 법 적용 대상은 대규모 주택 공급 등의 목적으로 면적 100만㎡ 이상으로 조성됐고, 조성된 지 20년 이상이 된 모든 지역을 ‘노후계획도시’로 규정했다. 법이 통과될 경우 1기 신도시뿐만 아니라 서울 상계·중계, 부산 해운대, 대전 둔산, 인천 연수 등 전국 51개 지역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51개 지역 중 24곳이 수도권이다.
국회 국토교통위는 노후계획도시특별법에 대해 지난 5월, 6월, 9월 세 차례 법안 심사 소위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부동산 시장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 “무분별한 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 등의 반대 논리가 작용했다.
이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7일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를 만나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연내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지난 10일 당 회의에서 “90년대 초반 전국에 계획도시가 건설됐는데 어느덧 30년이 흐르면서 지역 주민들은 녹물과 주차난, 층간 소음 문제 등 많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전날 “1기 신도시의 생활 편리성과 안전성을 높이고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특별법을 늦어도 12월 임시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총선을 앞두고 김포 서울 편입 등 ‘메가시티’ 구상을 주도하자, 특별법 처리에 상대적으로 미온적이었던 민주당이 입장을 바꿨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야는 오는 29일 국토위 법안 심사 소위에서 1기 신도시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야 모두 연내 법 통과를 얘기했으니, 소위에서 논의 시간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노후계획도시 특별법뿐 아니라 발전 기금을 도입해 지역 상권을 재건하고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지역상권법’, 고용 세습과 채용 갑질을 근절하는 ‘공정채용법’ 등의 신속한 입법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어려움에 응답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드려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근본적인 개선 방안이 만들어질 때까지 공매도를 금지할 것”이라며 “불법 공매도 문제를 더 방치하는 것은 주식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을 어렵게 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힐 뿐 아니라 증권시장 신뢰 저하와 투자자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