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선택-세번째권력 공동창당대회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스1

탈당을 예고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한동훈 법무장관과 만날 용의가 있다면서도 “기대는 없다”고 말했다.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 전 대표는 ‘한 장관이 맹종하지 않겠다고 한 상황에서 비대위원장으로서 만나자고 하면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누구나 만나기 때문에 만날 수는 있다”고 답했다.

이에 진행자는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은 안 만났지 않느냐”고 짚었다. 이 전 대표는 “인 전 위원장은 ‘환자는 서울에 있다’는 첫 전제조건을 맞히지 못했기 때문에 제가 정중하게 지금은 뵐 수 없다고 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한 장관과는 만날 수 있다”면서도 “할 말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한 장관이 만약 온다고 하더라도 당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고, 피상적인 대화로는 지금의 문제가 아무것도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남을 회피할 생각은 없지만, 기대가 없다”고 재차 만남에 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전 대표는 한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된다면 “자기 모순적일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대통령에게는 말을 못 한다’고 했던 것처럼 한 장관도 상당한 제약 사항을 들고 비대위원장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술해야 하는데 몸에 칼 대는 거 빼고는 다 해야 한다는 식이다. 그런 상황에서 의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느냐”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그러면서도 한 장관을 향해 진지한 조언을 하기도 했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다면, 한 장관은 바로 대권가도를 걷게 된다고 이 전 대표는 예상했다. 그러면서 “지금 제가 봤을 때는 윷을 던졌을 때 나올 수 있는 패로 ‘도’ 아니면 ‘백도’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2005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참패가 예상됐던 한나라당의 선거를 이끌었던 박근혜 대표를 예시로 들었다. 참패가 불 보듯 뻔했던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121석을 건져냈다. 이 전 대표는 “과반을 못했으니 선거에서 진 거지만, 많은 국민들은 ‘박근혜니까 이 정도로 막았다’고 평가했다”며 “박근혜 대표는 ‘도’를 한 걸 바탕으로 선거의 여왕 타이틀을 얻어 대통령이 됐다”고 했다.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는다면 ‘모’는 150석 이상, ‘도’는 120~130석 정도라고 이 전 대표는 예측했다. 그러면서 “백도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며 “이 상황에서 내가 한 발짝이든 앞으로 가겠다는 생각으로 당을 이끌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오는 27일 탈당을 예고했다. 그는 “저야말로 모 아니면 백도밖에 없다”며 교섭단체 기준인 20석 이상을 꾸려내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