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의원이 28일 국민의힘을 탈당하지 않고, 총선 공천도 신청하지 않겠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을 지키겠다. 공천 신청은 하지 않는다”며 “처음이나 지금이나 이 당에 누구보다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우리 정치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복무하도록 남은 인생을 바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랜 시간 인내해왔고, 앞으로도 인내할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의 잔류 발표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수차례 ‘러브콜' 이후 나왔다. 이 대표는 최근 TV조선 유튜브에 출연, 유 전 의원에 대해 “모시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했다. 이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유 전 의원을 따라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합류했다.
당내에선 유 전 의원이 ‘공천 신청은 하지 않겠다’고 했지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의 결정으로 전략 공천 등을 받을 경우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유 전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경기도지사 출마를 준비했었고, 합리적·중도적 이미지가 있어 수도권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당의 요청을 받아 경기도 험지로 간다면 유 전 의원과 당 모두 좋다”고 했다. 당 일각에선 서울 종로와 강남권 공천설도 나온다. 유 전 의원은 이른바 ‘배신자’ 프레임을 벗을 수 있고, 당 또한 중도 확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유의미한 결과를 낸다면 다음 대선에 도전할 수도 있다.
유 전 의원과 함께 활동했던 인사들도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중용되고 있다. 유의동 정책위의장, 김예지 비대위원, 김수민 홍보본부장 등은 한때 유승민계로 분류되거나 지난 대선 때 유승민 캠프에 몸담은 이들이다. 그러나 유 전 의원이 현실적으로 역할을 맡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한 비윤계 의원은 “용산에서 ‘유승민만은 공천 안 된다’는 기류가 있어, 만약 공천이 추진되면 한 위원장과 대통령실이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며 “또 ‘배신자’ 프레임으로 전통적 지지층의 거부감도 여전해 실제 선거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