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5일 대구의 한 호텔에서 자신의 회고록 북콘서트 ‘어둠을 지나 미래로’를 열고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는 마음 없이 모든 멍에를 묻겠다”며 “서로를 보듬으면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5일 대구 수성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자신의 회고록 북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박 전 대통령은 북콘서트 단상에 유영하 변호사, 허원제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함께 올랐다. 그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발전해 나가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탤 것”이라며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아쉬운 일에 대해선 아쉬운 대로, 잘한 결정은 그대로 써서 미래 세대에 교훈이 되고자 집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특히 ‘세월호 7시간’ 루머에 대해 “제가 미혼 여성이어서 성적 루머가 많이 돌았다”며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고 보고 담담하게 견뎠다”고 했다. 그는 “오늘 행사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열심히 재활 운동을 한 덕분”이라며 “아침에 일어나면 사과와 달걀, 시리얼과 요구르트, 커피 한 잔을 혼자 준비해서 먹고 매일 재활 운동을 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 18대 대선 당선 직후인 2012년 말부터 2022년 3월 대구 달성군 사저에 입주하기 전까지 약 10년간의 정치 일대기를 담았다. 한·일 위안부 합의, 개성공단 폐쇄,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사드) 배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체결, 공무원연금 개혁 등 대통령으로서 주요 결정을 내렸던 배경을 서술했다. 탄핵된 후 4년 9개월간 수감 생활을 하며 극심한 허리 통증에도 마땅한 의자가 없어 두꺼운 국어사전을 여러 개 쌓아 의자로 쓰며 지냈던 일상도 공개했다.

그는 사면 직전이자 대선을 반년가량 앞둔 2021년 가을에 작성했던 자필 메모도 처음 공개했다. ‘내가 이 모든 것을 다 지고 가면 해결이 될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에게 전달했다는 메모에는 “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 했던 일들이 적폐로 낙인찍히고 맡은 바 직분에 충실하게 일한 공직자들이 구속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면서 “하지만 이 모두 정해진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겠다. 2006년 테러 이후의 저의 삶은 덤으로 주어져서 나라에 바쳐진 것이라 생각했다. 이제 모든 멍에를 묻겠으니 서로를 보듬으면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