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 원희룡 인천 계양구을 국회의원 후보가 26일 인천 계양구 한국GM 대리점에서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를 구매하며 후원회장인 전직 국가대표 출신 이천수씨와 사진을 찍고 있다. /원희룡 선거 캠프 제공

국민의힘 소속 원희룡 인천 계양을(乙) 국회의원 후보가 작년에 산 새 전기차를 놔두고 새 차를 또 샀다. 이천수와 함께 계양구 소재 한국GM 자동차 대리점을 직접 방문해 SUV를 골랐다. 인천에서 생산되는 차를 선택, 지역구민의 마음을 사려는 행보로 해석됐다.

원 후보는 26일 오후 자신의 후원회장인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이천수와 함께 남색 코트에 빨간 목도리를 맞춰 입고 인천 계양구에 위치한 한국GM 대리점을 방문했다. 원 후보는 이 자리에서 여러 차종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즉석에서 차량 구매 계약을 맺었다.

원 후보가 선택한 차는 배기량 1350cc의 준중형 SUV ‘트레일블레이저’였다. 가격은 2700만~3300만원 수준.

원 후보가 처음엔 트레일블레이저보다 큰 준대형 SUV 쉐보레 트래버스에 관심을 보였지만, 트래버스는 미국에서 생산된 수입차이고, 트레일블레이저는 인천공장 생산이란 얘기를 듣고는 두말없이 트레일블레이저를 선택했다고 한다.

원 후보에겐 이미 몰던 차가 있었다. 작년에 기아자동차의 전기차 EV9을 샀다. 그럼에도 새 차를 산 이유는 선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GM 인천공장의 전신인 ‘대우차 공장’은 1960년대부터 1995년까지 계양구 전신 인천 ‘북구’ 경제의 핵심이었다. 1968년 경기 인천시에 구(區) 제도가 생기면서 탄생한 북구는 1988년 서쪽을 서구로 분구 시키고, 1995년엔 당시 경기 김포군의 계양면 등과 병합·분리 과정을 거쳐 경인고속도로를 기점으로 남쪽은 부평구, 북쪽은 계양구가 됐다.

이 과정에서 대우차 공장 관할이 부평구로 넘어갔지만, 이른바 ‘대우 가족’이라고 불리던 대우차 직원들과 협력사 직원들 상당수가 지금까지 계양구에 살고 있다. 계양구의회 조양희 의장도 대우차 출신일 정도다.

인천 지역 내 한국GM 인천공장과 협력업체 종사자 수는 약 5만명으로 추산된다. 인천 지역 제조업체 근로자의 약 15% 수준이다.

원 후보 측은 “대우주 해와 달이 번갈아 뜨는 육대주 오대양을 일터 삼아 오신 대우 가족을 만나 뵐 땐 대우차가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26일 오후 인천 계양구 쉐보레대리점에서 트레일블레이저를 구입하고 있는 국민의힘 소속 원희룡 국회의원 후보. 왼쪽은 축구 국가대표 출신 이천수 후원회장. /원희룡 선거 캠프 제공

인천 지역 언론은 지역 선거가 있을 때마다 정치인의 차량을 전수 조사해 ‘대우차’를 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누는 보도를 하기도 한다.

지난해 3월 국회의원 재산 공개 관보에 따르면 인천 지역 국회의원 13명 가운데 쉐보레 차량을 소유한 사람은 박찬대 민주당 의원이 유일하다. 한국GM 인천공장이 위치한 부평구 국회의원들조차 쉐보레 차량을 가지고 있지 않다. 원 후보의 경쟁자로 예상되는 이재명 대표는 KG모빌리티의 전신 쌍용차의 체어맨을 소유하고 있고, 업무를 볼 땐 기아 카니발을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