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31일에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공격을 했다. 지난 29일 이후 사흘째다. 군은 “현재까지 GPS 교란으로 인한 군사작전 제한 사항은 없다”고 했다. 다만,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서 GPS 교란 기술을 이전받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을 향해 “몰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도발 행위를 지속하는 데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멈추지 않으면 감내하기 힘든 모든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북한이 최근 며칠간 황해도 지역에서 GPS 교란 차량을 이용해 지속적인 도발을 시도하는 것으로 식별됐다”고 했다. 이로 인해 서북 도서 일대의 항공기·선박에서 GPS 교란 932건이 신고됐다고 한다. GPS 장치가 교란되면, 항공기·선박 시스템이 위치를 잘못 인식해 항로를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서북 도서를 오가는 어선 등이 GPS 교란으로 NLL 이북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은 이전부터 우리 군을 대상으로 GPS 교란을 시도했다. GPS는 인공위성에서 특정 주파수대의 정보를 받는데, 같은 대역의 강한 주파수를 인위적으로 쏘면 위성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받지 못한다. 방해 주파수가 위치 정보가 담긴 주파수를 밀어내는 셈이다. 단순한 원리이기 때문에 북한도 이 기술을 자주 사용해왔다고 한다.
다만 북한이 이번에 동원한 GPS 교란 차량은 교란 범위가 넓지 않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 등은 GPS 교란을 받지 않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만약 북한이 인천공항 등을 겨냥해 GPS 교란 작전을 하면 사실상의 전쟁 도발과 다름없는 행위”라며 “서북 도서에 한정적으로 이뤄진 GPS 교란은 우리 군이 ‘원점 타격’을 하기엔 애매한 ‘회색지대’ 도발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실질적인 피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북한의 이번 도발은 우리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려는 의도 정도로 해석되고 있다.
우리 군이 북한의 GPS 교란에 영향을 받지 않은 건 군용 주파수의 보안성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군용 주파수는 주파수 대역 자체가 암호화돼 있고 보안이 철저하다”며 “또 만약에 GPS 교란 공격이 들어오더라도 주파수를 변조시키도록 체계화돼 있다”고 했다. 우리 군 전투기와 함정에는 GPS 교란 공격에 대비한 보조 장비도 갖춰져 있다.
다만 정부는 북한의 이번 GPS 교란 기술이 이전보다 진일보한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GPS 교란 분야에서 최고 기술을 가진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작년 11월 군사용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는데, 러시아가 도왔다는 얘기가 나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