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11개 상임위 위원장을 자기 당 의원으로 선출한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별로 회의를 소집해 쟁점 법안을 입법화하기 위한 속도전에 나섰다. 입법 대상도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방어, 대여(對與) 공격은 물론 대규모 재정지출을 수반하는 포퓰리즘 법안까지 전방위로 뻗치고 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이 대표 방탄이나 공약 이행을 위해 입법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12일 ‘정치검찰 사건조작 특별대책단’ 회의를 열고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이재명 대표 추가 기소 문제를 논의했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회의 후 “쌍방울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기 위해 진술을 회유한 의혹을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증언과 쌍방울 내부자의 폭로가 있었다”고 했다.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된 이 대표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창작 수준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가 검찰의 수사·기소를 조작으로 낙인찍고,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기민하게 대응하며 손발을 맞춘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검찰이 조작했다며 이 사건 수사 검사들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대북 송금 특검법’을 발의하는 등 입법을 통한 방탄에도 들어갔다. 민주당은 또 수사기관이 증거를 조작하거나 위증을 강요한 경우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수사기관 무고죄’ 신설 법안도 발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북 송금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에 대비해 이 사건 수사 검사와 검사장을 탄핵 소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민주당에선 판·검사가 법을 왜곡해 사건 당사자를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만든 경우 처벌하는 내용의 ‘법 왜곡죄’를 형법에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여권을 겨냥한 민주당의 입법 공세도 거세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법사위가 관할하고 있는 온갖 잘못된 국정 현안들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필요한 일들은 지적하고 교정해 나가야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이날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전체회의를 열어 21대 국회 때 한 차례 폐기됐던 해병대원 특검법을 소위위원회에 상정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관련 종합 특검법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권익위가 김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 사건을 종결 처리한 것과 관련해 “국민권익위가 ‘건희권익위’로 전락했다”며 “김 여사 특검법의 명분만 키워줬다”고 했다. 권익위를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권익위 사무실을 방문해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이 대표는 이날 아직 위원장을 선출하지 않은 7개 상임위 구성과 관련해 박찬대 원내대표에게 “여당에 구성을 독촉하고 있는데 거부하겠다는 태도냐? 언제까지 기다릴 것이냐?”라고 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7개 상임위도 하루빨리 구성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국민의힘도 적극 협조하길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공영방송 장악을 막겠다며 방송 3법 개정도 밀어붙일 태세다. 여권에선 KBS 이사진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의 임기가 8월 끝나는 만큼, 그전에 공영방송 이사 수를 늘리고, 학회와 업계 유관 단체 등에 이사 추천권을 주는 방송 3법을 속전속결로 처리해 공영방송에 대한 야권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표가 되는 포퓰리즘성 법안도 밀어붙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여러 차례 강조한 민생 회복 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 조치법(전 국민 25만~35만원 지급)과 전세사기 특별법 등도 조속히 처리할 태세다. 이 법안들은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요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포퓰리즘 법안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도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다시 발의하는 등 재추진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