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위해 단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국회에서 열리는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하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代讀)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의 대통령 시정연설 대독은 11년 만이다. 시정연설은 국회의 새해 예산안 심의에 앞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직접 예산안 내용을 설명하며 국회 협조를 구하는 자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기 첫해인 2013년부터 매년 직접 시정연설을 하면서 ‘대통령 시정연설’은 관례로 자리 잡았고, 윤 대통령도 2022년과 지난해 국회를 찾아 연설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일 “국회 상황을 고려해 (불참)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지난 9월 국회 개원식 불참과 사실상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국회 개원식에 불참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특검과 탄핵을 남발하는 국회를 먼저 정상화하고 나서 대통령을 초대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야당이 언어폭력, 피켓 시위 등으로 대통령을 모욕할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 소식이 전해지자 여권에서도 비판의 소리가 나왔다. 한동훈 대표는 ‘시정연설은 야당과의 관계 문제가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이란 취지로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야당이 돌을 던져도 맞을 각오로 와야 한다”며 “의료 대란과 경제 양극화, 재정 위기,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 등 나라 안팎의 총체적 위기 국면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국회에 와서 국민 앞에 직접 국정 운영 방향을 밝히고 의회의 협력을 구하는 일보다 더 당연하고 중요한 일이 어디 있는가”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은 “(국회에서) 조롱당해도 그게 국민에게 주는 메시지가 더 크다”면서 “해법을 바로 내기는 쉽지 않을 테니, 위기를 위기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메시지부터 내야 한다”고 했다. 최형두 의원은 “시정연설은 국회와 국민에게 간절하게 호소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개원식도 오기 싫고 시정연설도 하기 싫다니 대통령 자리가 장난이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