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한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대독했다. /이덕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 반,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을 정도로 나라 안팎의 어려움이 컸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代讀)한 국회 본회의 시정연설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주요국의 경기 둔화 등 글로벌 복합 위기가 민생에 큰 타격을 가해 코로나 시절 못지않게 힘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예산안 시정연설을 총리가 대신한 건 이명박 정부 때이던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위기에 맞서 2년 반을 쉴 틈 없이 달려왔다”며 “그 결과, 우리 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현 정부가 국가 채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규제를 혁파하는 한편,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고 원전 생태계를 복원했다며 “국민의 삶 구석구석까지 경기 회복의 온기를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외교에서도 “무너진 한일 관계를 복원하고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협력 시대를 열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연금·노동·교육·의료 개혁은 국가의 생존을 위해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체절명의 과제들”이라며 “정부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4대 개혁을 반드시 완수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인구 위기 극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67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관해선 “민생 지원을 최우선에 두고 미래 도약을 위한 체질 개선과 구조 개혁에 중점을 둬 편성했다”고 강조했다. 29분간의 시정연설에서 ‘개혁’과 ‘의료’라는 단어가 각각 19차례 나왔다.

이날 시정연설을 놓고 ‘대통령 연설 총리 대독’인지 ‘총리 연설’인지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총리실은 이날 아침 기자들에게 연설문을 사전 배포하면서 ‘연설의 주체는 총리이고, 다만 국회는 관행적으로 총리가 대통령 연설을 대독한 것으로 기록한다’고 했다. 그러나 같은 시간대 대통령실은 한 총리가 대통령 연설을 대독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직접 하지 않으면서, 이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해 연설 주체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가 혼란이 벌어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윤 대통령의 불참에 대해 우원식 국회의장은 “불가피한 사유 없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다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국민에 대한 권리 침해”라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연설 직후 기자들에게 “아쉽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구중궁궐에 틀어박힌 대통령의 고집불통에 기가 막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