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7일 오전 10시 시작하는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기자들의 질문을 제한 없이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부부와 관련해 정치권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일종의 ‘끝장 회견’을 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5일 본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국민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소상하게 답할 예정”이라며 “명태균씨 논란, 김건희 여사 문제 등도 피해 갈 수 없는 질문이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보다는 국민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얘기다.
앞서 5월과 8월 열린 대국민 담화·회견은 윤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20분 이상 국정 성과 위주 담화를 발표한 뒤, 브리핑룸으로 이동해 정치·외교·사회·경제 등 분야를 나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충분한 질문 시간을 보장하기 어려웠고 의혹이 해소되기 전에 주제가 바뀌는 경우가 잦았지만, 이번에는 기자들이 한 사안에 대해 여러 차례 후속 질문을 하더라도 모두 답변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화자찬’ 비판을 받은 담화도 이전에 비해 시간을 줄일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견이 윤 대통령과 김 여사 관련 의혹 해소에 기여해 후반기 국정 동력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국민의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주면 국정 운영의 불씨를 살리는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또다시 일방적 소통에 그치면서 회생 불가능한 최악의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여권 일각에서는 김 여사 활동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대외 활동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외교 의전상 필요한 해외 순방 동행을 중단하기는 어렵다고 양해를 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여사 관련 특검 도입 주장에 대해서도 ‘위헌·위법성’을 들어 수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회견은 윤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이 아닌, 국민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돼야 할 것”이라며 “현 정권을 지지했던 국민마저 돌아선 이유가 무엇인지 직시하고 성의껏 답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구구절절 경위를 설명하며 논란에 대해 해명하려 하거나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식으로 나오면 국민 다수의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명태균씨 의혹과 관련해선 더불어민주당이 추가 폭로를 벼르고 있어 윤 대통령의 허술한 해명은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7년 아들 현철씨의 한보 사태 연루 의혹에 대해 사과한 ‘취임 4주년 담화’가 사과 회견의 정석으로 꼽힌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담화에서 “아들의 허물은 곧 아비의 허물”이라며 “한보 사건과 관련해 제 자식의 이름이 거명되고 진실 여부에 앞서 그러한 소문이 돌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저에게는 크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2013년 ‘오바마 케어(건강보험 개혁)’ 웹사이트 장애 관련 담화도 ‘4대 개혁 완수’를 외치는 윤 대통령이 참고해야 할 회견으로 꼽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당시 “이 문제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 24시간 노력하고 있다”며 신속하게 책임을 인정하고 개선을 약속했고, 이 문제의 정치 쟁점화를 노리던 야당에 빌미를 주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4년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해 축사에서 “개혁에는 반드시 저항이 따르게 돼 있다. 역대 정부들이 개혁에 실패하고 개혁을 포기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면서 4대 개혁 추진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 개혁, 연금 개혁, 노동 개혁, 교육 개혁 등 4대 개혁에 대해 “저와 정부는 저항에 맞서며 절대 포기하지 않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우리의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완수해 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