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6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저지’에서 ‘윤 대통령 직무 정지 필요’로 입장을 바꿨다. 여기에는 비상계엄 선포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 체포 지시를 윤 대통령이 직접 국가정보원에 전달했다는 첩보가 작용했다고 한다. 이 같은 내용은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홍 차장은 이날 야당 의원과 만나 “윤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홍 차장이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전달받은 ‘정리 대상’ 13명에는 한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체포 지시를 했다는 홍 차장 주장에 대해 조태용 국정원장은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 지시를 한 적 없다”고 했고, 대통령실도 부인했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계엄관련 현안보고를 마치고 차량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홍 차장과 나눈 대화를 전하며 “홍 차장은 지난 3일 오후 8시 22분 윤 대통령으로부터 ‘한두 시간 후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으니 전화기를 잘 들고 대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 오후 10시 53분쯤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윤 대통령은 홍 차장에게 재차 전화해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 줄 테니 우선 방첩사를 도와 지원하라.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픽=김현국

윤 대통령의 체포·구금 지시가 국정원에도 내려갔다는 증언인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런 첩보를 들은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방어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홍 차장 증언에도 윤 대통령이 ‘체포자 명단’을 전달했다는 내용은 없다. 홍 차장에 따르면 그가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전화해 윤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하자, 여 사령관이 체포 대상자 명단을 열거하며 이들의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홍 차장이 기억하는 순서”라며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김민석, 박찬대, 정청래, 조국, 김어준, 김명수(전 대법원장), 김민웅(김민석 의원의 형), 권순일(전 선관위원장), 또 한 명의 선관위원을 불러줬는데 기억을 못 한다고 한다”고 했다. 또 “노총 위원장 1명도 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여 사령관은 육사 선배인 홍 차장에게 “선배님, 도와주세요”라고 했으나, 홍 차장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듣고 ‘미친놈이구나’라고 생각해 더 이상 명단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조태용 국정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면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전혀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비상계엄과 관련해 우리가 어떤 조치를 한 게 있으면 국정원장한테 지시하지, 다른 사람에게 그런 일을 하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윤 대통령이 ‘체포자 명단’ 하달은 물론, ‘체포 지시’를 내렸을 개연성이 없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도 ‘체포 지시를 한 적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시각 자료로도 실제 체포 시도가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회 사무처가 공개한 CCTV 등에 따르면 계엄군이 특정인을 찾아다닌 정황은 아직 발견되지 않는다. 당시 우원식 국회의장과 한동훈·이재명 대표는 본회의장에 있었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 등은 국회로 오는 중이었다. 계엄군이 국회 본청 창문을 깨고 들어간 장소도 당초 국민의힘 당대표실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이었다. 사진이 나온 것은 서울 서대문구 김어준씨 회사 근처에 체포조가 온 정도다.

홍 차장의 경질과 관련해서도 엇갈린 주장이 나왔다. 김병주 의원은 “홍 차장에 의하면 5일 오후 4시쯤 국정원장으로부터 ‘대통령이 즉시 경질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사직서를 제출하면 좋겠다’고 해서 제출했다고 한다”며 “6일 오전 10시쯤 이임식을 마쳤는데 원장이 다시 불러서 사직서를 반려하고 예전과 같이 근무했으면 한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조 원장은 “(계엄 해제 뒤인) 4일 오후에 1차장이 ‘안보가 중요한데, 초당적 단합이 중요하니 (원장이) 이재명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설명하는 게 어떠냐’고 얘기했다”며 “그건 정치적 중립에 어긋나므로 할 수 없고, 정치적 중립 면에서 1차장이 적절치 않다 생각해서 5일에 대통령에게 교체를 건의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