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이 지난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사무실 창문을 깨고 건물 내부로 진입하고 있는 모습. 윤석열 대통령은 3일 밤 10시 20분쯤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국회는 4일 새벽 1시 본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상정해 190명 찬성으로 가결했다. /뉴시스

국방부는 8일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 등에 병력·요원을 파견한 방첩사령부 소속 장성 2명을 직무 정지했다고 밝혔다. 이틀 전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3명을 직무 정지시킨 데 이은 후속 조치다. 수도권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수방사와 전·평시 대북 작전의 핵심 역할을 맡는 특전사·방첩사가 수뇌부 공백 상태에 빠진 것이다.

국방부는 이날 “현 상황 관련 관계자인 정성우 방첩사 1처장(육군 준장 진급 예정)과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해군 준장) 등 2명의 직무 정지를 위한 분리 파견 조치를 오늘부로 추가했다”며 “직무 정지된 대상자들은 조사 여건 등을 고려해 수도권에 위치한 부대로 대기 조치했다”고 했다. 정 1처장은 지난달 말까지 여인형 방첩사령관 비서실장을 지낸 여 사령관의 측근 인사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1시간 전에 여 사령관 등과 함께 사전 회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수사단장은 비상계엄 당시 ‘주요 정치인 체포조’를 현장에 투입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국방부는 이번 인사 조치에 대해 “국회와 언론 등에서 추가 의혹 제기가 있었고, 방첩사령관 직무 대리의 건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양인성

국방부는 지난 6일 이번 비상계엄과 관련된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 방첩사령관을 ‘현 상황 관련 주요 직위자’로 꼽으며 직무 정지시켰다. 다만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더 확인해야 하고 실제 병력이 움직인 것이 없고, 움직일 수도 없었기 때문에 이번 조치에서 배제했다”고 했다.

박 총장은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 선상에 올라 출국 금지 명단에 포함됐다.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계엄사령관으로서 일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총장 외에도 이번 사건으로 수사 대상에 오른 현역 군인은 10명가량이다. 특전사 예하 이상현 제1공수여단장, 김정근 제3공수여단장, 안무성 제9공수여단장, 707특임단장, 특수작전항공단장, 수방사 예하 군사경찰단장도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더 많은 현역 군인이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군 안팎에서는 이번 계엄으로 안보 기능이 일부 마비됐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번 사태의 여파로 훈련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합동참모본부는 최근 부대 이동 명령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선포 이후 병력 이동으로 인한 오해가 생길까 봐 이동을 통제하고 있고, 이에 따라 여단급 이상 대규모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군 훈련이 크게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군은 계엄 선포 이후 일상적 병력 이동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군 당국은 지난 6일 박안수 육군 참모총장이 국회 국방위 출석을 위해 헬기로 이동하자 “승인된 헬기 이동이다. 참고 바란다”고 이례적으로 공지했다. 해병대 주일석 신임 사령관은 지난 7일 작전 지도차 백령도·연평도 등 서북 도서를 방문하려다 취소했다. 헬기 사용이 부담스럽다는 이유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최고 수뇌부의 영이 제대로 서지 않는다는 말도 나왔다. 국방부는 비상계엄을 주도한 김용현 전 장관이 지난 5일 면직되면서 김선호 차관이 장관 직무 대행을 하고 있다. 국방장관 직무대행 체제는 1948년 창군 이래 처음이다. 군 관계자는 “안보가 가장 중요한 나라에서 국방부 장관이 공석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시급히 조직과 기강을 재정비해 안보에 한 치의 빈틈도 없게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