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사퇴 의사를 밝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찬성 입장을 밝혔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자진 사퇴했다. 지난 14일 친한계를 포함한 일부 여당 의원의 이탈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자 ‘한동훈 책임론’이 제기됐고, 선출직 최고위원 전원(5명)이 일괄 사퇴해 당 지도부가 붕괴된 데 따른 것이다.

한 대표의 퇴장으로 앞으로 국민의힘 운영은 ‘탄핵 반대파’가 주도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 사건의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정국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여야(與野) 대립도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으신 모든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 “탄핵으로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분들께 많이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탄핵이 아닌 이 나라의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모두가 제가 부족한 탓”이라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한 대표는 또 12·3 계엄 사태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당대표와 의원들이 국민과 함께 앞장서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막아냈다”며 “그것이 진짜 보수의 정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 극단적 유튜버 같은 극단주의자들에게 동조하거나 그들이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공포에 잠식당한다면 보수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또 “계엄이 잘못이라고 해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폭주, 범죄 혐의가 정당화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이 대표 재판의 타이머는 멈추지 않고 가고 있다. 얼마 안 남았다”고 했다.

한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쇄신’을 내걸고 7·23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지 146일 만에 물러났다. 이번에 친윤계 김재원·김민전·인요한 최고위원뿐 아니라 친한계로 꼽혔던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도 사퇴하면서 당 대표직을 유지할 동력을 잃어버렸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파’가 중심이 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국민의힘 출범 이후 6번째, 윤석열 정부 들어서만 5번째 비대위 체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