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차기 대선 준비 조직인 집권플랜본부가 6일 집권 시 성장 정책을 공개하며 “삼성전자급 기업 6곳을 키워내겠다”고 했다. AI(인공지능) 등 첨단 산업에 강력한 국가 주도 지원을 통해 ‘5년 집권 내에 3%대 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민주당은 이날 분배보다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다만 세부적인 내용이 문재인 정부의 ‘혁신 성장’과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장률 목표치를 강조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747(연평균 7% 성장, 10년 뒤 1인당 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 진입)과 유사하다는 말도 나왔다.
민주당 집권플랜본부는 이날 국회에서 ‘성장은 민주당, 대한민국 성장 전략’ 신년 세미나를 통해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 기조 발제를 맡은 주형철 집권플랜본부 산하 K먹사니즘 본부장은 “향후 5년이 골든타임이다. ‘성장 우선’ 전략을 통해 현재 1%대에서 5년 내 3%대 성장률, 10년 내 4%대 성장률 달성을 이루겠다”고 했다.
집권플랜본부는 “도시와 국가 성장의 열쇠는 빅테크 기업 보유 유무”라며 AI 등 첨단 산업에 투입할 50조원 규모의 모태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급 기업 6곳과 유니콘 기업 100곳을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부처별로 분산된 산업 정책을 대통령 중심의 강력한 컨트롤타워로 모으겠다고도 했다. 미국의 연방행정관리국(OMB)처럼 대통령이 산업 정책을 직접 총괄할 수 있도록 성과 관리, 규제, 법제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을 두겠다는 것이다.
이날 공개된 집권플랜본부의 성장 전략은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추진해 온 ‘포용적 성장’ 전략과 차이가 있다. 분배보다 성장에 무게추를 옮긴 것으로 최근 이재명 대표의 ‘우클릭’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최근 대표 공약인 ‘기본사회’를 포기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민주당은 10대 성장 전략을 열거했는데, 역대 정부가 내건 ‘신성장 동력’ 정책과 큰 차이는 없었다는 평이 나왔다. 이미 문재인 정부도 AI 중심의 ‘13대 혁신 성장 동력’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혁신 성장’으로 불린 이 정책은 당시 성장 중시 정책에 대한 민주당 내 거부감 등으로 ‘소득 주도 성장’의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렀다. 민주당 관계자는 “그때도 정책이 없어서 성장이 안 된 건 아니었다”라며 “결국 실천 의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선거를 겨냥해 성장 담론을 쏟아낼 수는 있지만 실제로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얘기다.
민주당이 성장을 언급하면서 노동 개혁 문제를 다루지 않은 점도 맹점으로 지적된다. 산업계 관계자는 “미국 빅테크 같은 기업을 수없이 만든다고 하면서, 이 빅테크에 왜 AI 인재들이 모여 있는지는 다루지 않았다”며 “AI 천재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대신, 엄청난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근간이 바로 ‘노동 유연성’이다. 민주당은 지금 반도체 연구직 52시간 완화 논의만 해도 진전이 없다”고 했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비상계엄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출석해 정치권과 노사 관계, 공무원들이 일하는 자세가 달라지지 않고서 “성장률이 4~5%가 된다, G7(주요 7국)이 된다고 하는 것은 될 수도 없는 일을 갖고 국민에게 허튼소리를 하고, 국민을 희망 고문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한 총리가 이날 경제성장률을 3~4%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민주당 집권플랜본부의 구상을 작심 비판했다는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