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텔레칩스 판교사옥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글로벌 경쟁에서 한번 이겨보자’라는 직원이 많은데 일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19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경기 성남 판교에서 개최한 ‘반도체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선 “일할 수 있게 국회가 나서달라”는 기업인들의 요구가 이어졌다.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는 “칩 주문이 들어와 납품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밤을 새워도 시간을 맞출까 말까 한다”며 “우리 직원들도 ‘필요하면 일하겠다’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반도체 기업 임원은 “미국 기업은 앞서나가고 중국 기업은 뒤쫓아오는 상황에서 한국은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할 수 있도록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기업 지원에 나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의 생명은 연구·개발의 연속성인데, 주 52시간제라는 제약 때문에 프로젝트의 연속성이 사라지고 있다”며 “주 52시간제에 발목 잡혀 프로젝트 투자 비용을 통째로 날리기도 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한다. “반도체 산업은 결국 국가 간 경쟁인데 시간 제약 때문에 밀린다면 국가 사업이 위기에 처하는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현재 반도체법은 여야가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조항에 이견을 보이며 국회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법은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에 국가적 지원을 해줄 수 있도록 만든 법이다. 전력·용수 등 인프라를 제공하고 직접 보조금 등 각종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 골자다.

19일에도 정치권은 서로 ‘네 탓’ 공방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을 반도체법에서 빼자는 건) 탕수육을 시켰는데 단무지만 주자는 꼴”이라며 “민주당 주장은 글로벌 상황을 모르고 현장 목소리도 듣지 않는 탁상공론”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국민의힘의 몽니로 반도체법 통과가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20일 국민의힘과 민주당, 정부가 참여하는 여·야·정 국정 협의체가 4자 회담 형식으로 열려 반도체법 등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여야 이견이 커 합의안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