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11차 변론 기일에 출석해 최종 변론을 한다. 헌재는 이 변론을 끝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판관 평의(評議)에 들어가 윤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할지 기각할지 결론을 내린다. 원로들은 윤 대통령이 최종 변론에서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진솔하고 겸허한 입장을 밝히고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원로들은 특히 윤 대통령의 최종 변론 메시지가 계엄·탄핵 사태로 분열된 우리 사회를 통합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손봉호 교수

“한국, 계엄 이후 정치·경제 등 모든 분야 발전 멈춰

국민에 대한 사과가 먼저… 통합 메시지도 꼭 필요

헌재 결론 어떻게 나든 받아들인다는 입장 밝혀야"

손봉호 교수

윤석열 대통령의 최종 변론에는 국민에 대한 사과와 사회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통합 메시지가 반드시 담겨야 한다. 국민에 대한 사과가 먼저다. 대통령은 정권 연장이나 자신의 이득을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국정 난맥에 대한 답답함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지혜롭지 못한 방법이었다는 것을 국민 앞에서 인정해야 한다. 혼란을 자초한 데 대한 사과의 뜻을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둘째는 사회 통합이다. 계엄과 탄핵 심판 사태로 대한민국의 정치적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광장에선 매일같이 양쪽으로 갈라져 집회가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이든 정치권이든 극렬 지지자에게 동조하는 건 모두에게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일부 유튜버에게 의존해선 안 된다. 양쪽 모두에게 마이너스라고 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선거가 중요한데 특정 세력에 의존하면 중도층이 떨어져 나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정치가 극단화한다. 대통령은 특정 계층을 바라보는 메시지가 아니라 사회 통합 메시지를 내야 한다.

대한민국이 미래를 향해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 최종 변론 메시지에 주요 양당이 조금씩 양보하고 이제는 미래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이야기가 담겨야 한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제, 외교, 정치, 문화, 사회 등 모든 분야의 발전이 멈춘 상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데 우리는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 기능이 정상 작동하지 않으면 국민 고통이 커진다. 국민을 섬기기 위해 하루빨리 갈등을 봉합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중요한 이유다.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어떻게 나든 받아들이겠다는 메시지도 중요하다. 대통령은 헌재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 법에 따라 질서 있게 난국을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을 변론에 담아야 한다. 지금은 정치 세력들이 계엄과 탄핵을 정치적 수싸움으로 보고 권력을 잡고 강화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국민은 느낀다. 정치권은 대통령의 최종 변론과 헌재 결정 이후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게 뭔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나라를 안정시켜야 한다. 대통령도 이를 여야 정치권에 촉구하고 정치적 혼란을 수습할 메시지를 내야 한다.

◇정대철 헌정회장

“야당의 탄핵·입법 폭주에 분개한 것은 이해 가지만…

계엄은 도 넘은 것, 잘못 인정해야 국민 마음 덜 다쳐

국민의힘엔 ‘나를 떠나 새롭게 시작하라’고 말해야"

정대철 헌정회장

“국민 여러분, 이렇게 된 것 너무 죄송합니다. 탄핵 결정이 나든 안 나든 나는 물러나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종 변론에서 해야 할 이야기는 딱 하나다.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국민 개각(改閣)’을 하고 곧바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해야 한다. 그게 대통령이 국민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리다. ‘내가 계엄을 선포한 것은 깊은 뜻이 있었지만 뒤돌아보니 잘못했다’는 말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은 정치를 살리고 싶다는 의도였지만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이 여태까지 못나게 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공정과 정의를 앞세운다는 ‘검사 윤석열’이 대통령으로서 비겁한 모습을 보였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는 해리 트루먼 미 대통령 팻말을 책상에 두고 국민에게 보이지 않았나. 그러나 이번 12·3 비상계엄 국면에서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나. 12·3 계엄 당일도 그렇고 이후에도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대통령이 왜 이렇게까지 했는지는 이해할 만한 부분이 있다. 거대 야당이 29번에 걸쳐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대통령이 야당의 입법 폭주에 분개한 것은 인간적으로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 방법(계엄)은 아니었다. 정직한 방법으로 이 상황을 이겨냈어야 한다. 계엄이라는 도를 넘은 행위는 어떤 사과로도 용서가 안 된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그나마 국민들의 마음을 덜 다치게 할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윤 대통령을 봐왔다. 마지막으로라도 ‘진짜 인간 윤석열’ ‘우리가 알던 윤석열’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줬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그는 정치를 너무 몰랐던 것 같다. 정치 경험이 없었던 만큼 주변 참모진을 정치 친화적 인물로 채웠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너무 아쉽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에도 “이제 나를 떠나서 새롭게 시작하라”고 공개적으로 말해야 한다. 지도자가 “나를 따라서 같이 죽자”고 해선 절대 안 된다.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간에 민주당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힘 있는 당은 힘을 과시하면 안 된다. 양보하고 겸손할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정치의 기본이다. 집권이 눈앞에 있는 만큼 더더욱 양보하고 자제해야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탄핵하면서부터 민주당에 한때 민심의 역풍이 불지 않았는가.

◇손학규 前 민주당 대표

“혼란에 빠진 나라 안정 되려면… 尹 최종 변론 중요

대통령으로서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 분명히 해야

재판관 아닌 국민과 소통하라, 당당하되 겸손하게"

손학규 前 민주당 대표

온갖 예산을 삭감하고 탄핵소추안을 수십 번 발의하는 것을 거대 야당의 횡포라고, 국가 비상사태라고 판단해 계엄이라는 ‘비상조치’를 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심정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해 계엄을 했다는 윤 대통령에게 충정이 없었다고 말하지 않겠다.

그러나 10대 강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한 계엄은 시대에 뒤떨어진 조치였다. 국민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에게 계엄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의도를 대통령이 설명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결과로 국민이 불안해하고 국가 위신이 땅에 떨어진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는 마음을 담아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대통령이 최종 변론에서 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법에 따라 이뤄질 것이다. 대통령은 헌재의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대통령으로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해야 한다. 대통령은 재판관이 아닌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재판관에게 선처를 바랄 게 아니라 국민에게 떳떳하고 당당하게, 그러나 겸손하게 말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군(軍)의 긍지와 자존심이 땅에 떨어졌다. 윤 대통령은 “군은 국군통수권자인 내 명령에 의해서 움직인 것이니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 “부하들은 죄가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그래야 군의 기강이 유지될 수 있다.

대통령이 헌재에서 행정권이 야당에 의해 훼손됐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은 본인의 권리다. 피청구인으로서의 법적 권리도 보장돼 있다. 그러나 계엄 사태로 국격과 국위(國威)가 심각하게 훼손된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대통령이 과오와 책임을 모른 척해선 안 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 경위, 헌재 탄핵심판 심리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공정성에 의문을 갖고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어떤 결론이 나오든 헌재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이야기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혼란에 빠진 대한민국 정치 시스템이 안정되느냐는 윤 대통령의 최종 변론에 달렸다. 국민이 광장에서 극단을 달리고 있다. 대통령이 쉽지는 않겠지만 분열과 갈등을 거듭하고 있는 국가의 비극을 멈추기 위해 국가원수로서 정치적 반대자도 내가 보살피고 섬기겠다는 말을 마지막 변론에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