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최근 탄핵 반대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하고 있다는 청년 4명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뮤지컬 배우 차강석(35)씨, ‘탄핵을 반대하는 대한민국 청년들’ 대표 권예영(27)씨, 대학생 박준영(24)씨, 영어 강사 전은영(32)씨. /고운호 기자

대학생 박준영(24)씨는 2023년부터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86세대’인 아버지와는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이 달라 자주 부딪쳤다. 진보 성향인 부모는 생각이 다른 아들에게 “네가 잘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 꾸짖었다고 한다.

작년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를 놓고 박씨는 부모와 크게 충돌했다. 부모는 탄핵 반대 세력을 싸잡아 비난했고, ‘반탄 집회’에 참석하던 박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결국 집을 나왔다고 했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본지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5~26일 실시한 정치 인식 조사 결과, 2030세대의 보수화 현상이 확인됐다. 박씨도 그런 2030세대 중 한 명이다. 국가미래전략원은 2030세대가 부모뻘인 86세대가 보이는 이념적 진보성과 대비되는 이념적 보수성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정치 인식 조사에서 20대와 30대의 이념 성향 지수는 각각 5.04점과 5.24점이었다. 10점에 가까워질수록 보수 성향이 더욱 강하다는 뜻으로 40대가 4.83점, 50대 4.72점인 것과 대비됐다.

그래픽=김성규

2030세대는 현재의 정치 체제에도 부정적이었다. 20대의 33%, 30대의 32%만이 현재 한국 정치 체제가 민주적이라고 답했다. 40대는 43%, 50대는 44%가 한국 정치 체제는 민주적이라고 했는데 이보다 10%포인트가량 낮은 것이다.

2030세대에서 반중(反中) 성향도 두드러졌다. 이들의 70%가량이 중국을 ‘적대·경계' 대상이라고 답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70대 이상(50%)보다도 반중 의식이 강했다.

2030의 보수화 경향은 최근 몇 년 새 뚜렷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갤럽의 2020년 1월 조사에서 본인의 정치 성향을 보수라고 응답한 20대는 18%였는데, 올해 1월 조사에서는 28%로 10%포인트 증가했다. 30대 보수 역시 20%에서 33%로 13%포인트 늘었다.

강원택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은 “정치적 의미에서 특정 세대가 주목받게 된 것은 ’86세대' 이후 사실상 처음”이라며 “86세대가 이념 지향적이고 진보적이라면 현 2030세대는 보수화라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