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열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은 4일 본지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 사회의 ‘반중(反中) 정서’는 세대를 불문하지만, 특히 2030에게서 그 성향이 두드러지는 것은 ‘선진국 정체성’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개발도상국·신흥공업국에서 태어난 기성세대에 비해 선진국에서 태어난 2030은 자유·인권 등 보편 가치를 중시하지 않는 ‘다른 체제’에 반감·거부감이 상대적으로 훨씬 크다”는 것이다.
손 원장은 중국의 2017년 사드 보복에 대한 2030의 반감도 “국제 규범의 위배, 옳지 못한 방식으로 상대를 강압하려는 것에 대한 반발”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 무기 체계를 한국 내 미군 기지에 배치하는 것에 반대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롯데를 비롯한 한국 민간 기업에 보복을 가하는 건 온당치 못하다고 인식한 것”이라고 했다.
손 원장은 “2030이 중국을 바라보는 관점은 북한에 대한 관점과도 일맥상통한다”며 “기성세대는 북한을 한민족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남아있지만 보편 가치 중심의 정체성을 지닌 2030은 북한을 한민족이 아닌 다른 체제의 국가로 보고 적대한다”고 했다.
손 원장은 2030이 중국을 체제·정체성 때문에 싫어한다는 것은 ‘변경’이 어렵다는 뜻이라고도 했다. 그는 “한국에 대한 강압적 태도는 중국 지도부의 의지로 개선할 수 있지만, 2030이 근본적으로 위화감을 느끼는 ‘공산당·사회주의’ 정체성은 중국 체제의 핵심이고 건들 수 없는 부분이라 (반중 정서가) 해소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손 원장은 반중 정서가 지나치게 격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그는 “과거 (문재인 정부 등에서) 일본에 대한 불필요한 반감을 자극해 우리 국익을 위한 한·미·일 협력 등까지 훼손한 적이 있다“며 “중국은 일본보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크기 때문에 보다 냉정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