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잇따라 발의한 탄핵 소추가 헌법재판소에서 줄줄이 기각되고 있지만 이를 주도한 정당이나 국회의원에게 책임을 물을 방법은 없어 탄핵 제도가 타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헌재에서 무리한 탄핵이란 점이 어느 정도 입증되면 탄핵소추를 주도한 정당이나 의원들에게 배상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장은 “줄탄핵을 하는 다수당에 책임을 묻는 방안으로 탄핵 심판이 각하·기각될 경우 소송 비용을 탄핵에 찬성했던 국회의원이 배상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 했다. 국가가 탄핵 기각·각하 결정을 받은 공직자에게 관련 변호사 비용 등을 배상해주고 탄핵을 주도한 정당이나 의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탄핵소추됐다가 헌재에서 기각 결정을 받고 직무에 복귀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달 국회에 나와 “의원들이 (탄핵 비용을) N분의 1로 나눠 낸다면 줄탄핵이 있었을까”라고 물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필요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탄핵소추를 주도한 정당의 국고 보조금을 50% 삭감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이른바 ‘보복 탄핵 방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명예교수는 “헌법을 개정해 국회가 무리한 탄핵 시도 등 권한을 남용하는 경우에 한해 대통령에게 국회 해산권을 부여하는 방법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탄핵소추에 앞서 국회 차원의 조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본회의 의결로 법제사법위에 회부해 조사하게 할 수 있다. 다만 법사위 조사가 의무가 아니어서 다수당은 대부분 이런 조사 과정 없이 탄핵소추안을 의결해 헌재로 넘기고 있다. 탄핵소추안 접수 후 180일 이내에 선고하도록 돼 있는 헌재의 탄핵 심판 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탄핵소추당하면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해당 공직자의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처럼 공직자가 탄핵소추당하더라도 헌재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는 직무를 정지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