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산불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여야가 재난 대응 예비비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거야(巨野)가 재난 예비비를 대거 삭감해 산불 피해 신속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고 공격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예비비가 부족해도 다른 방식으로 돈을 끌어쓸 수 있는데 불필요한 정쟁을 벌이고 있다”고 맞받았다. 다만 양당은 이번 산불 피해가 커지는 만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것에는 공감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27일 당 회의에서 “민주당이 2025년 본예산 예비비를 대폭 삭감해 올해 (재난 등에 쓰이는) 목적예비비는 1조6000억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민주당은 예비비를 삭감한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부터 하고, 재난 예비비 추경 편성에도 적극 협조하라”고 했다.
지난해 예산 편성과정에서 정부는 ‘정부 비상금’ 격인 예비비를 4조8000억원으로 편성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를 2조4000억원으로 삭감해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올해 예산에서 재난·감염병 대응 등 목적이 정해진 목적 예비비는 1조6000억원, 제한이 따로 없는 일반 예비비는 8000억원으로 감액됐다. 국민의힘은 제주항공 참사, 영남권 산불 등 대형 재난이 발생했고, 하절기 태풍·홍수 피해까지 염두에 두면 이번 추경에서 재난 예비비가 반드시 복구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 같은 예비비 복구 요구 자체가 ‘정쟁’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산불을 빌미로 (국민의힘이) 예비비 2조원을 복원하겠다고 으름장 놓고 있다”며 “산불 진화·피해 복구가 우선인 때에 또다시 정쟁만 일삼자는 저의를 도대체 알지 못하겠다”고 했다. 이어 진 위원장은 “소관 부처 예산이 부족하면 목적 예비비 1조6000억원에서 집행이 가능하고, 그것으로도 부족하면 재해대책 국고채무부담행위로도 1조5000억원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국고채무부담행위는 국가가 예산 확보 없이 미리 채무를 부담하고, 그 이행 책임은 이듬해로 넘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