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발표한 한국갤럽의 정기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도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에 오차 범위 밖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권 교체를 원한다’는 응답도 전보다 늘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사법 리스크를 상당 부분 해소한 데 이어 양당의 지지도 격차까지 더 벌어진 조사 결과가 나오자 여권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장기화한 상황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선 주자급 인사들이 민주당에 비해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자 중도층이 이탈하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래픽=양인성

갤럽이 지난 25~27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도는 41%로 국민의힘(33%)을 8%포인트(p) 앞섰다. 무당층은 21%였다. 갤럽 조사에서 양당 지지도 격차가 오차 범위(±3.1%p) 밖으로 벌어지기는 올 들어 처음이다. 양당 지지도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인 작년 12월 3주 차에 민주당 48%, 국민의힘 24%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최대(24%p)로 벌어졌다. 이후 작년 12월 27일 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를 탄핵 소추한 것을 기점으로 좁혀지기 시작해 올해 첫 조사(1월 2주 차)부터 오차 범위 내 접전 양상이 이어졌다. 민주당 지지도 우위는 2월 4주 차에 2%p였다가 3월 들어 3주 연속 4%p 차를 기록했는데 이번 조사에서 8%p 차로 커졌다.

‘정권 교체’와 ‘정권 유지’에 대한 지지도 차이도 더 커졌다. 이번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선거 시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53%)이 ‘현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34%)보다 19%p 높았다. 직전 조사와 비교해 ‘정권 유지’를 원한다는 응답은 5%p 줄었고, ‘정권 교체’ 응답은 2%p 늘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찬성한다는 응답은 60%, 반대는 34%로 나타났다. 7%는 의견을 유보했다.

중도층의 ‘정권 교체’와 ‘탄핵 찬성’ 응답도 늘었다. 이번 조사에서 중도층의 62%가 정권 교체, 24%가 정권 유지를 원한다고 응답했는데, 직전 조사에선 정권 교체와 정권 유지가 각각 57%와 29%였다. 중도층의 탄핵 찬성·반대 응답은 각각 70%와 22%로, 직전 조사(찬성 64%, 반대 26%)보다 찬성이 6%p 늘고, 반대는 4%p 줄었다.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4%로 가장 높았다. 이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8%,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5%,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각 3%,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2%,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1% 등 순이었다. 선호 후보를 밝히지 않은 ‘의견 유보층’은 37%였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탄핵 정국에서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이어갔다. 하지만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선거법 사건 항소심에서 ‘대선 출마 자격 상실형(刑)’을 받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탄핵 정국을 돌파하려다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된 상황”이라며 “희망적 사고에 기댈 게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