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향해 “짐 싸서 청사를 떠나는 게 올바른 태도”라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이 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온 상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 직을 걸겠다”며 정부·여당의 거부권 행사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1일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한 만큼 약속대로 사퇴하라는 게 권 원내대표 주장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원장 거취 관련 질문을 받자 “고위 공무원이 ‘거부권이 행사되면 직을 걸겠다’고 발언을 했으면 떠나는 것이 공인의 올바른 태도”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원장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있었으면 거부권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서도 “오만한 태도”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금감원장이 감히 대통령이 자기 생각과 같을 거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지 제 공직 경험을 토대로 할 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지난달 13일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전에 “(정부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면) 직을 걸고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했었다. 그런 그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에 출연해 김병환 금융위원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원장은 “저도 공직자고 뱉어 놓은 게 있다고 했더니, 내일(3일) 아침에 F4회의(거시 경제·금융 현안 간담회)를 하면서 보자고 하셨다”고 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이 만류해 당장 물러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이 원장 언행을 두고 관가에선 “본인은 소신대로 행동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직분을 넘어선 행태란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검사 시절 이른바 검찰의 ‘윤석열 사단’ 막내 검사로 꼽혀온 이 원장은 부장검사를 하다가 현 정부 출범 후 차관급인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됐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의 정치적 명운이 촌각에 달린 상황에서 상법 소관 부처의 장도 아니면서 정부·여당 방침과 다른 뜻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니 관가에선 소신인지 염량세태인지 헷갈린다는 반응이 적잖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