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이완규 법제처장,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왼쪽부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를 대법관으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오는 18일 퇴임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으로는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한 대행은 이날 오전 배포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 대행은 대통령 추천 몫 헌법재판관 2명을 지명한 데 대해 “경제부총리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고,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진행 중인 상황에서, 또다시 헌재 결원 사태가 반복돼 헌재 결정이 지연될 경우, 대선 관리, 필수 추경 준비, 통상 현안 대응 등에 심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며 국론 분열도 다시 격화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마용주 대법관은 지난해 11월 조희대 대법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고, 윤 전 대통령이 탄핵 소추로 직무 정지돼 있었던 지난해 12월 26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마은혁 헌법재판관은 지난해 12월 24일 민주당 등이 국회 본회의에서 조한창·정계선과 함께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선출됐다. 조 후보자는 국민의힘이, 정 후보자는 민주당이 추천했고, 마 후보자 자리는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로 추천하는 것이 관례라고 주장했으나 민주당은 본회의에서 마 후보자 선출을 강행했다. 지난해 12월 26일 한 대행은 마·조·정 후보자 임명에 대해 여야가 합의할 때까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했다가 이튿날 민주당 등에 의해 탄핵 소추됐고, 지난해 12월 3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조·정 후보자만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했다.

앞서 지난 2월 27일 헌법재판소는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한 데 대해 국회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피청구인(대통령 권한대행)은 국회가 선출한 사람을 재판관으로 임명해 재판관의 공석 상태를 해소해야 할 구체적인 작위 의무가 있다”고 했다.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자리는 대통령이 지명·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다. 다만 대통령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 권한에 헌법상 명시적인 한계는 없다. 헌재는 지난 2월 27일 “대통령의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는 그의 권한인 동시에,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가 구성되어 헌법 수호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하여 중립적인 지위에서 헌법재판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헌법상 의무이기도 하다”고 했다.

마용주 대법관과 마은혁 헌법재판관은 이날 한 대행의 임명으로 즉시 임기를 시작했다.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국회가 앞으로 20일 안에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하지 않거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은 1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국회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보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국회가 이에 따르지 않은 경우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함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할 수 있다.

◇한덕수 권한대행 ‘국민께 드리는 말씀’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작년 12월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직후, 위기에 처한 국정을 안정적으로 균형 있게 이끌어가는 것이 저의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한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헌법재판관 임명은 제가 가장 깊이 고민한 현안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 저는, 위험 수위에 도달한 국론 분열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모든 사안을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하고자 하였습니다. 헌법과 법률이 미처 정해 놓지 못한 사항은 헌정사의 전례를 참고하여 현명한 선인들의 판단을 따르고자 하였고, 그마저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국민의 대표인 여야가 대한민국의 분열을 막기 위해 이견을 내려놓고 합의하는 용단을 내려주실 것을 간절하고 간곡하게 호소하였습니다.

이후 저에 대한 탄핵 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후임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야 합의가 명확하게 이루어진 두 분을 먼저 임명하였습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에 복귀한 지금, 저는 세 가지 무거운 책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을 운영하면서, 산불 피해와 통상 전쟁을 다 같이 돌파할 해법을 찾고, 차기 대선 과정을 공명정대하게 관리해 나갈 책임입니다.

그동안 많은 갈등의 원인이 되었던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 등과 관련하여 저는 오늘, 다음의 결정을 내리고 실행하였습니다.

우선, 대법원장 제청과 국회 동의 과정을 모두 마친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를 대법관으로 임명하였습니다.

이어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법과 헌재 판결에 따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하였습니다.

또한 열흘 뒤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하였습니다.

이 중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한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헌재 결원 사태가 반복되어 헌재 결정이 지연될 경우, 대선 관리, 필수 추경 준비, 통상 현안 대응 등에 심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며, 국론 분열도 다시 격화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습니다.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마 재판관님과 두 분의 합류를 통해, 헌법재판소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헌정 질서의 보루라는 본연의 사명을 중단 없이 다 해나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제가 오늘 내린 결정은 그동안 제가 여야는 물론 법률가, 언론인, 사회 원로 등 수많은 분의 의견을 듣고 숙고한 결과입니다. 저는 법적 검토를 거친 뒤, 오늘 오전 동료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마지막으로 여쭙고 저의 결정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저는 사심 없이 오로지 나라를 위해 슬기로운 결정을 내리고자 최선을 다하였으며, 제 결정의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음을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