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가 50일 남은 14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 D-DAY 알림 문구가 띄워져 있다. /박성원 기자

국민의힘에서 이른바 ‘반(反)이재명 빅 텐트(big tent)’ 구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빅 텐트란 대선 등에서 정치적으로 노선이 다양한 세력이 연대해 단일 후보를 내는 전략을 말한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와 장외(場外)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 새미래민주당의 이낙연 전 총리 등이 한 텐트 아래 모여 단일 후보를 내자는 구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독주하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집권을 저지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 등 중도 확장성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인사들이 국민의힘 경선에서 이탈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백형선

‘반명 빅 텐트’ 구상은 14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꺼냈다. 홍 전 시장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국민의힘) 경선에서 승리한 분이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빅 텐트를 만들어야 이재명 정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2002년 대선 때 노무현(민주당)·정몽준(국민통합21) 후보의 단일화 사례를 벤치마킹 중이라고 했다. 당시 정 후보를 꺾고 단일 후보로 나선 노 후보는 지지도가 앞섰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홍 전 시장은 “당시 이회창 후보는 지금의 이재명 전 대표보다 지지율이 높았다”며 “1강(强) 후보라도 대통령감으로 적절하지 않을 땐 (국민의 선택이) 50일 만에 뒤집어질 수 있다”고 했다.

구(舊) 여권에선 홍 전 시장이 거론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모델이 ‘반명 빅 텐트’ 구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거론하는 한덕수 대행과 후보 단일화를 넘어 이 전 대표 집권에 반대하는 다양한 정치 세력을 최대한 규합해 이 전 대표와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야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대행은 이날 “국무위원들과 함께 제게 부여된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며 국민의힘 경선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되는 5월 3일을 전후해 한 대행이 총리직을 내려놓고 대선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대행 외에도 국민의힘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준석 후보, 국민의힘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도 대선 출마엔 여지를 둔 유승민 전 의원 등이 빅텐트 논의에 참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 세력도 빅 텐트가 펼쳐지면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미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반(反)이재명에 동의하는 정치 세력이 뭉쳐서 개헌 연정·연대를 구성하기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다만 “뭉쳤을 때 이 전 대표를 이길 수 있다”는 승산이 있어야 반명 빅 텐트가 가능할 것이라고 정치권 인사들은 말한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선 한 대행 지지도가 어느 정도까지 상승세를 타느냐를 주목한다. 한 대행은 지난 11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2%를 기록하며 처음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선 8.6%로 3위에 올랐다. 1위는 이재명 전 대표(48.8%), 2위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10.9%)이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내부적으로 한 대행 등과 단일화할 필요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6·3 조기 대선까진 50일 남은 상황이라 반명 빅 텐트를 성사시키기엔 시간이 부족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계엄·탄핵에 대한 찬반이나 개헌 등과 관련한 대선 주자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단기간에 단일 대오를 만들기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대선 레이스 완주 의사를 밝힌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이날 “연대나 단일화를 언급하는 것은 대구·경북 분들을 위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후보가 어느 정도 독자적인 경쟁력을 보여야 빅 텐트 구성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얼마나 경쟁력 있는 경선을 치르느냐가 일차 관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