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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활활 타오르는 눈 위로 요괴의 것 같은 뿔이 돋아있습니다. 분노로 벌름거리는 콧구멍 아래 입에서는 톱날 같은 이빨이 씨근덕거리고 있어요. 꿈에서라도 볼까 두려운 괴물의 형상입니다. 핼러윈 시즌에 딱 맞는 이 소름돋는 사진의 주인공은 개미입니다. 리투아니아의 생태 사진가 유게니우스 카발리아우스카스가 니콘에서 주최하는 연례 광학현미경사진 경진대회에 출품한 작품입니다. 92점의 출품작 중에 상위 20위에는 들지 못했지만, 확대된 개미 얼굴이 주는 섬뜩하고 소름끼치는 느낌 때문에 입상작들보다도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시대의 명시 중 하나인 ‘풀꽃’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며 일상적인 자연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노래합니다. 그 풀꽃 사이를 오늘도 개미들은 여섯개의 다리로 부지런히 오가겠죠. 그러나 풀꽃과 달리 개미를 자세히 보면서 예쁘거나 사랑스러운 감정을 갖는 건 여간해서 쉽지 않아보입니다.

/Nikon Small World 최근 니콘 주최 광학현미경 사진 콘테스트에 출품돼 화제가 된 리투아니아 사진가의 개미 얼굴 사진.
/유튜브 캡처 악당이 식인개미의 집단 사냥으로 최후를 맞는 것으로 그려진 영화 '인디아나 존스4-크리스털 해골의 왕국'의 한 장면. 물론 영화속 설정장면이다.

날지 못하는 곤충의 대명사인 개미는 또한 특유의 질서있는 군집생활 때문에 근면과 협동의 화신으로 각인돼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리투아니아의 사진가가 현미경으로 극대화시킨 것처럼 개미들의 삶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섬뜩함과 공포를 느끼게 하는 장면들이 적지 않습니다. 동물들의 기상천외한 세계를 소개하는 동영상 사이트 ‘크레이지 크리처스(Crazy Creatures)’가 최근 소개한 개미의 무시무시한 면모를 소개해드립니다. 개미는 전세계에 1만2000여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어요. 한 마리 한 마리로는 무게감조차 느낄 수 없지만, 세상의 모든 개미들의 무게를 달면 70억 인류의 전체 몸무게랑 맞먹을 거라고 합니다.

/Crazy Creatures Youtube 어떤 개미들은 공중에서 이동하기 위해 자신들이 스스로 다리를 만들기도 한다.

무리를 체계적으로 이루는 대표적인 동물인만큼 개별 개체는 미약하기 짝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최대 자기몸의 5000배 나가는 물건을 거뜬히 움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어요. 이 개미가 사람이라면, 보잉 747 비행기를 끌고 갈 수 있다는 얘깁니다. 2014년 이 믿기지 않는 수치를 도출한 곳은 오하이오 주립대 항공우주공학과 연구진입니다. 개미가 이전에도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장사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있으나, 한계치는 자기 몸의 1000배정도일거라는 것이 정설이었습니다. 그러나 폭발적인 힘을 내는 개미의 신체 구조를 활용해 로봇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던 연구진은 실제로 개미의 목힘을 과학적으로 측정하기로 하고 조금은 잔혹한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군대기미들이 떼로 몰려들어 전갈을 사냥하고 있다. /BBC 유튜브

미국 동부에서 흔하게 채집할 수 있는 개미인 엘레게이니 흙개미가 실험대상이 됐어요. 연구진은 개미를 냉장고에 넣어서 옴짝달싹못하도록 마비시킨 뒤 특수하게 설계된 원심분리기에 얼굴이 아래가 되도록 해서 접착했습니다. 그리고 원심분리기를 초고속으로 돌려서 목근육에 얼마만큼의 압력이 가해질 때 머리와 몸이 분리되는지 측정을 했어요. 빛의 속도로 돌아가는 원심분리기에서 대략적으로 개미 몸뚱이의 350배 정도의 압력이 가해졌을 때 목과 가슴을 이어주는 관절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제 몸뚱이의 3400~5000배의 압력이 가해진 다음에야 신체가 파열됐다고 해요. 아, 이 실험 장면 자체가 핼러윈 공포영화 같네요.

곤충계 최고 포식자인 사마귀도 개미의 집단 사냥앞에 한낱 고깃덩이로 전락한다. 개미의 인해전술에 쓰러진 사마귀의 눈에 공포감이 선연하다. /Wild Rango Youtube

사실 인간에게도 개미는 충분히 두려워할만한 ‘맹수’입니다. 전세계 개미족속중에서도 최강의 피지컬과 일사불란한 통신체계, 포악한 식습관으로 악명높은 군대개미(Army Ant)들이 수천·수만마리씩 집단으로 사냥을 나가서 메뚜기·지네·달팽이·사마귀·개구리·뱀 등을 무자비하게 사냥한 뒤 분리·해체해서 먹거리로 제조하는 장면은, 사자·호랑이의 사냥장면 못지 않은 자연다큐멘터리의 ‘베스트셀러’이기도 합니다. 병정개미들이 화학물질을 분비해 교신하면서 덩치 큰 먹잇감을 쓰러뜨리는 BBC 자연다큐멘터리 장면, 그리고 포식자 뱀이 자신에게 개미의 집단습격을 버텨내지 못하고 몸부림치다 쓰러지는 비현실적인 동영상(유튜브 Wild Rango) 장면 연속해서 보실까요?

이런 무지막지한 살상병기들의 습성은 상상력이 필요한 공상과학영화 제작진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주기 마련입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최장수 시리즈 중하나인 인디아나 존스는 악당들이 각 편마다 끔찍한 최후를 맞는 장면으로도 이름난데요.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지만, 때론 지나치게 잔혹한 설정에 눈이 질끈 감기기도 합니다. 무려 19년만에 만들어져 2008년 개봉한 4편 ‘크리스털 해골의 왕국’도 이 문법을 따르되 나름 참신한 방법을 사용합니다. 식인개미 군단에 의해 최후를 맞도록 한 겁니다.

/유튜브 캡처 '인디아나 존스4-크리스털 해골의 왕국'의 개미 식인 장면. 군대개미의 잔혹한 집단 사냥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집채만한 덩치를 한 군인이 식인개미떼에 의해 번쩍 들어올려져 개미굴로 빨려들어가는 장면은 카타르시스만에 앞서 섬뜩함을 안겨주기에 충분합니다. 제 몸의 5000배를 들어올릴 수 있는 천하장사 개미들이 수십만 마리씩 몰려든다면, 실제로도 일어날 수 있는 장면이 아닐까, 아찔한 상상을 해봅니다. 상당히 정교한 사회생활을 하고, 신분별로 신체 기능이 다변화돼있다는 점에서 개미와 벌은 종종 동류로 취급받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들은 한 집안에서 갈라져나온 뿌리입니다. 벌이 어떤 이유로 날개를 떼어버리고 육상생활을 한 것이 개미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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