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영화 사소한 부분에 관심을"/교향악서 한악기 선율 감상하
듯 해야 "많은 사람들로부터 좋은 영화입문서를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받지만 그때마다 상당한 당혹감을 느낍니다. 국내 서적들은 대부분 작품
소개에 그치고있고, 영화의 이해 나 세계 영화사 같은 번역서들은
책속에서 언급된 영화들가운데 불과 5%정도만이 알려졌을 뿐 생소하기
그지없는 작품들입니다. 이러니 카메라 움직임이나 편집 등의 본격적인
영화공부는 겉돌 수 밖에 없는 거지요." 서울 대학로부근 동숭문화
센터 지하에서 영화서적과 영화에 관련된 음반-포스터등을 취급하는 키
노 (KINO)를 운영중인 이재순씨(30). 대학에서는 토목학을 전공
했으나, 지금은 엉뚱하게 영화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다. 그의
영화입문은 국민학교 3학년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도동 집근처, 지
금은 없어진 강남극장이나 노량진극장에서 매주 1~2차례씩 영화를 봐왔
다. 알랭 들롱-시몬 시뇨레가 출연한 미망인 , 더스틴 호프만의
스트로우 독 졸업 , 샘 페킨파 감독의 게 터 웨이 나 한국영화
바보들의 행진 등이 그 당시에 본 영화들. 극장앞의 미성년자
관람불가 란 팻말도 워낙 단골인 그에게는 소용이 없었고, 이렇게 해
서 고등학교 마칠때까지 4백여편을 섭렵했다.대학을 졸업한 뒤 영상이벤
트쪽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영화사 신씨네 대표 신철씨, MBC 구성작
가 박경덕씨 등과 함께 IF (image future)라는 뉴미디어
연구모임에 참여했다. 그후 영상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공부는 영화라
는 생각에서 다시 같은 나이 또래의 친구들과 체계적으로 영화스터디를
해나갔다. 키노 는 그의 이런 영화적 관심속에서 91년 가을 개점
, 지금은 영화책 2백여종과 음반 5백여종 등을 갖춘 영화전문매장으로
많은 팬들과 영화학도들의 사랑을 받고있다."흔히 어느 정도 영화수준
에 이른 사람들은 타르코프스키나 장 뤽 고다르 등 외국 명감독의 이름
을 들먹입니다. 그러나 타르코프스키감독의 작품은 지루해서 끝까지 감상
하지 못할 내용도 많고, 고다르 감독의 영화처럼 반드시 명화라고 카메
라가 흔들려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자기 주관을 세우고 영화를 보는
것이 좋지만, 아마추어 팬들은 우선 재미있는 작품을 골라보면서 단계적
으로 관심의 폭을 넓혀 가는게 좋습니다." 그는 영화에서 너무 많은
것을 볼려고 하지말고, 사소한 부분에 관심을 가지라고 추천한다. 오
케스트라중 첼로의 선율에 관심을 기울이고 교향악을 감상하듯 영화를 쫓
아가다보면 보다 쉽고 재미있게 영화세계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 처음
에는 감독이나 배우에 주목하겠지만, 차츰 촬영이나 편집으로까지 관심과
안목이 자연스럽게 확대된다는 주장이다. 이를테면 황비홍 이 재미
있다면 이연걸의 이전 작품 소림사 도 찾아보고, 원초적 무기 나
못말리는 비행사 등도 작품성이전에 패로디의 관점에서 유념해서 보면
한층 영화적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신을 영화와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가장 객관적인 제 3자 라고 정의하는 그는 "좋은
감독, 촬영-조명기사 등을 지켜보며 안목을 쌓아가고 있는 만큼 10
년쯤후에는 영화제작을 해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옥대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