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전 안찾고 기억으로 쓴것...독특한 뜻 가져 ###.

『판결문에 한문을 인용한 것은 말을 아끼고 싶어서였습니다. 이런 상
황에서는 한자가 갖는 상징적인 기능과 간략성을 활용할 수 있지요.』.

12.12와 5.18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한자어를 섞어 피고인들을
꾸짖어 화제를 모았던 서울고법 형사1부 권성부장판사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판결문 작성에 얽힌 얘기를 잠시 털어놨다. 재판 후 보도진과 일절
만나지 않다가 계속된 면담요구에 마지못해 응한 권부장판사는 『한문이
나 고사성어는 출전을 일일이 찾아 쓴게 아닙니다. 그럴 시간이 없어 중
국고전작품에 숱하게 나오는 것을 기억을 더듬어 썼지요』라고 말했다.

그러면 서권부장은 『「참월」이 신하가 임금의 지위를 넘볼때 사용하는
것처럼, 단어 하나하나가 모두 독특한 용법과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
다.

그는 또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할 수 있다」는 이론이 이 사건 판단
의 골격이 됐다』며 『미국 로저널에 게재된 가나 말타공화국 등의 성공한
쿠데타 처벌 판례와 상세한 분석을 다룬 3편의 논문을 참고했다』고 말했
다. 권부장판사는 또 실형선고된 일부 피고인을 법정구속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1심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또
2심에서 재벌총수들이 모두 집행유예로 형량이 낮춰진 이유를 묻자 『판
결문에 나와있는 그대로』라며 언급을 회피했다.

한편 법조계에선 권부장의 한자를 동원한 판결에 대해 반응이 다소
엇갈렸다. 상당수 판사들은 판결문중 유학성-황영시-차규헌피고인에게
『피고인 의 상관이면서 그 당여(한패거리)가 되어 그 위세를 돕
고 불궤의 뜻을 이루었다』 『망동하다 덫에 걸린 민망함이 없지 않다』는
부분을 백미로 꼽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비유를 사용해 이들의 입장
을 군더더기 없이 적확하게 묘사해 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판
결문에서 한자를 배제해가는 법원의 움직임에 역행한 일』이라는 비판적
인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공주중-경기고-서울법대를 나온 권부장판사는 중학교때부터 독학으로
한자를 공부해 한문실력이 상당한 수준인 그는 12.12와 5.18 사건 재
판을 맡게 된 소감에 대해 『재판은 「중악지 필찰언, 중호지 필찰언(많은
사람이 미워해도 반드시 살펴봐야 하고 많은 사람이 좋아해도 반드시 살
펴봐야 한다)라는 논어의 한 구절과 같은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