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신화」 1부 「하늘과 땅」 출간-------.
만화작가 이현세씨가 동북아시아의 고대신화를 거쳐 단군신화, 삼
국시대, 발해로 이어지는 한국 고대사를 벽화처럼 그려낼 대하만화 「천
국의 신화」(해냄 미디어)를 펴내기 시작했다.
향후 5년 동안 1백권이 나올 이 대형 만화는 우선 제 1부 「하늘과
땅」(전3권)을 선보였다. 태초의 혼돈, 음양오행의 탄생, 만물의 등장으
로 이어지는 이 만화의 창세기는 영화장면을 연상케하는 컷들의 전개를
통해 만화라는 시각언어의 힘을 과시한다.
태초의 혼돈 속에서 나타난 여신이 스스로 사악한 뱀의 먹이가 됨
으로써 인간을 구원하려고 하나 그 이후 하늘에 태양이 없어지자 인간들
은 다시 그 뱀의 배를 갈라 여신을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뱀의 뱃속에
서 나온 것은 세 개의 알이고, 그 속에서 고구려 고분벽화에 등장하는
세발 달린 까마귀가 태어나 하늘로 솟구쳐 올라간다. 역사적 사실의 검
증이 불가능한 상상의 공간을 살리기 위해 작가는 숨가쁘게 빠른 속도로
역동적인 컷을 잇달아 제시,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한 숨은 노
력을 기울였다.
뱀을 삼킨 여신의 신화는 동아시아적 신화에 그 흔적을 남겼다.후
대 인간의 상상력 속에서 뱀은 용이 되고, 까마귀는 봉황으로 변형됐다.
만화 「천국의 신화」는 이같은 신화의 도입부를 지나 환인이라는 신화적
인물의 등장을 통해 점차 인간의 역사로 진입하는 문을 제시한다. 이것
또한 상상의 공간이지만, 환인의 태자가 부친의 명을 따라 고난의 모험
을 떠나는 과정을 그림으로써, 표면적으로는 한 인물의 통과제의이지만
그 심연에는 인간의 탄생이라는 서사적 전략이 깔려있다. 그런 의미에서
역동적 시각언어와 함께 이 만화를 받쳐주는 토대는 서사시적 극화의 정
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형 만화를 시도하기 위해 이씨는 10년 동안 상고사 관련 자
료를 수집하고, 소설 「토정비결」의 작가이자 역학을 연구해온 이재운씨
의 기획과 감수를 거쳤다. 그가 이 대역사에 몰입하게 된 동기는 경주에
서 자라던 유년시절 만화가게에서 넘기던 사극만화의 추억에 있다. 『사
막의 모래 속에 묻힌 고대도시의 비문을 행여 사라지기라도 할까. 작은
붓으로 쓸어 찾아내는 고고학자처럼 두근대는 가슴을 쓸어 내리며 한장
한장 넘기던 만화책 속의 우리 역사는 내 어린 가슴에 의심의 여지 없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앞으로도 이어질 단군신화 이후 고대사 부분은 역사학 전공자들로
구성된 자료 조사팀의 검증을 거쳐 꾸며진다. 이번에 나온 만화는 묘사
의 사실성 등에서 엄연히 성인용이지만, 이달 말에는 청소년용도 따로
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