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반상을 누볐던 조남철구단(73)은 마지막 승부처로 강단을 택했
다.
한국기원은 26일 『올해 신설된 바둑지도학과로부터 객원교수
2명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조구단을 추천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는 한국기원의 통보에 따라 2월초순쯤 그를 임용할 방침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45년 한성기원을 설립했던 한국현대바둑의 개척자 조구단
은 이로써 「바둑교수 1호」라는 기록도 함께 세우게 됐다.
『허허…』. 기분을 묻자 웃음으로 답한 조구단이었지만 「뭘 가르치겠느
냐」는 질문에는 『몸소 체험한 역사를 알려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구체적인 이론이나 용어도 없었던 50여년전 바둑판을 등에 짊어지고
전국을 다니며 현대바둑을 전파한 한국 바둑의 산 증인이다. 해방직후 한
반도를 통틀어 3천명에 불과했던 바둑인구가 한국에만 1천만명에 이를 정
도로 대중화된 것도 그의 공로라고 바둑계는 고마워하고 있다.
『「포석」 「수순」같은 말 뿐 아니라 「걸친다」 「붙이면 젖혀라」 「끊으면
뻗어라」 「빵때림은 30집」 같은 용어도 모두 내가 만든거야. 50∼60개는
될걸? 「외목」이란 말도 일본에선 「목외」라고 쓰는데 좀 이상해서 내가 바
꿨지. 지금은 몇가지 말들이 어법에 맞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대로 통용되
고 있잖아. 사람들이 그 말을 사용해가며 바둑을 배우니 기분이 좋아.』.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던 조구단은 점점 신이 났다. 올들어 한번도 공식
대국을 갖지 못할만큼 몸은 쇠했지만 후학들을 만난다는 설레임이 그를
들뜨게 하는 것 같았다. 『책도 바둑개론을 포함해 20권 지었으니 그만하
면된 거 아니야? 뭘 정해놓고 가르친다기 보다 강단에 선다면 학생들에게
궁금한점에 대해 질문을 받을 생각이야. 바둑을 아는 학생은 그들대로,
모르는 학생도 나름대로 알고싶은게 있을거 아닌가.』 수천판의 바둑을 둬
온 조구단은 벌써부터 천변만화를 읽어낸 듯 했다.
전북 부안이 고향인 조구단은 일본에서 바둑을 배운 뒤 귀국, 45년 한
국기원의 전신인 한성기원을 설립한 후 75년 한국기원 이사장을 역임했다.
실전에서는 국수전 9연패, 최고위전 7연패 등 수많은 대회를 제패했다.
일본에서 사상 처음 기성 명인 본인방의 3대 타이틀을 두차례나 석권한
조치훈구단에게는 작은아버지, 최규병팔단과 이성재삼단에게는 작은 외할
아버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