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공서열 및 직위 파괴!』.

미국이나 일본기업에서 종종 들을 수 있던 이 말들이 요즘 독일
에서도 유행어가 되고 있다. 유난히도 보수적이던 독일기업들도 성
과위주의 급여 및 승진제도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기 때문.

세계적인 화학전문기업인 훽스트의 위르겐 도만 회장은 최근 자
사의 변화를 「혁명」이라고 부른다. 훽스트의 「혁명」이란 1년전부터
간부 1천5백명의 기능을 6등급으로 평가, 보수를 차등지급하는 것
을 말한다. 미국이나 일본, 한국기업들엔 이제 뉴스가 아닐지 몰라
도 유럽기업들엔 혁명적 인사개혁이라는 얘기다. 이 회사 인사담당
매니저 베츠씨는 『새 제도로 능력과 실적차이가 큰 판매담당 간부
들이 이익을 보는 경향이 있는 반면, 변화가 별로 없는 자연과학
전공 간부들은 손해를 볼지 모른다』고 말했다. 6, 7개월분 봉급을
보너스로 받아가는 간부들도 생겨났다.

1백50년 기업역사에 2만7천여 종업원을 거느린 지멘스그룹의 하
인리히 폰피에러 회장은 한발 더 앞서나가고 있다. 기능과 업무과
제를 서열과 직책보다 더 높이 평가, 입사 몇 년밖에 되지 않아도
간부급 급여가 가능하도록 했다. 앞으론 직위란 개념도 없앨 예정
이다. 이미 작년 인사때 지멘스 역사상 처음으로 30대 계열사 사장
이 탄생했다. 피에러 회장은 『오로지 생산성 향상이 주목적』이라면
서 『관료조직을 연상케하던 지멘스의 이미지는 새 인사제도를 통해
공개적으로 변해갈 것』이라고 장담했다.

다른 독일대기업들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작년초 다임러 벤츠사
는 미국식의 스톡옵션제를 도입하면서 그룹이사들과 다음서열 1백
70명의 간부들에게 적어도 자기기업 주가가 15%이상 오르고나서야
어느때고 처분가능한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를 구입토
록 했다. 독일은행도 비슷한 제도를 계획중이다.

바이엘은 이미 그룹이사들 밑의 1백50여 고위간부 및 본부장급
들에게 「약속한 목표」를 달성해야만 주는 가변 이익배당제도를 새
로 도입했다. 이익배당은 봉급의 40%까지 차지가 난다. 올해는 그
다음 서열 4백50명의 중간간부들에게, 또 98년에는 또 그다음 서열
2천여명의 간부들에게 이 제도를 확대할 예정이다.

많은 독일기업들은 몇년전까지만 해도 미련스러울 정도로 전통
적인 인사 및 보수제도를 고집해왔다. 산별노조가 정한 임금상승률
에 따라 간부든 여비서든 현장근로자든 거의 똑같은 상승률의 임금
이나 보수에 대부분 만족했다. 큰 문제가 없으면 근속연수에 따라
승진시키는 연공서열제에도 충실했다. 어떤 측면에서는 공무원이나
큰 차이가 없었을 정도.

그러던 것이 이처럼 갑자기 변하고있는 이유는 독일의 선진기술
력으로도 견뎌내지 못할 정도의 글로벌경쟁이 가열되고 있기 때문
이다. 독일식 「경쟁력 10% 높이기 운동」인 셈이다. 디 차이트지는
『구태의연한 제도로는 세계적인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특히 간부진들의 인사 및 급여개혁에 우선적인 중점을 두고 있다』
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