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는 아직 한창이다. 많은 사람들이 집안에서 나들이 코스 선정으
로 고심할 때 여행광들은 우중의 드라이브를 즐기기 위해 집을 나선다.
안전 수칙을 잘 지키고 방어 운전에 신경쓴다면 빗속 드라이브는 오히려
낭만적이다. 빗속을 천천히 달리며 푸른 녹음과 콸콸 흐르는 계곡물을
즐기고, 여기에 좋은 음악을 곁들이면 더한 낭만이 없다. 우중 드라이브
에 적합한 주말 가족 나들이 코스 다섯 군데를 소개한다.
`도망갈 곳이 없는' 첩첩산중.
경기도 땅이면서도 강원도 냄새를 물씬 풍기는 곳이다. 과거 '도망갈
곳이 없는 첩첩산중'이라는 이유로 삼청교육대가 이곳에 있었다. 말끔하
게 포장된 도로를 따라 개울이 흐른다. 길이는 약 10㎞. 장마 때면 물살
이 거세져 개울과 사방을 둘러싼 산이 남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과속만 하지 않는다면 호젓하기 이를 데 없다. 상류로 올라갈수록
S자 코스가 연속되고 산 그림자는 짙다. 군데 군데 입을 벌린 어른 허리
깊이만한 개울 웅덩이에 떨어지는 빗줄기가 볼 만하다.
동막2교 3분 거리 매점 해태의 집 앞에는 자갈밭이 형성돼 있다. 위
쪽으로는 선바위와 자라바위가 개울 한가운데에 솟아 있다. 비에 젖은
한기는 대광리 유황천에서 풀어 보자.
▲ 먹거리 : 계곡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깊은 산 속 옹달샘(0355-
835-8200)'이라는 미니 리조트 단지를 만난다. 3천평의 단지에 식당과
방갈로 10동, 야외예식장을 겸한 가든파티장, 족구장, 발야구장 등이 들
어서 있다. '산닭 로데오'라는 이색 게임도 즐길 수 있다. 뒷산에서 방
목해 키운 닭을 잡는 놀이다.
비 그친후 산에 걸린 운해 장관.
강원도 영월 주천리에서 무릉리를 지나 법흥사까지 이어지는 계곡이
법흥계곡이다. 비 내리는 날 계곡수는 바위에 부딪쳐물보라을 일으키고
사방 산들은 구름 속에 모습을 감춘다. 비 그친 직후 그 산들에 걸린 운
해가 장관이다. 찻길과 나란히 달리는 법흥천은 사암봉, 사자산, 백덕산
등 고봉에서 흘러내린 물들이 모인다. 1급수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엽새
우와 열목어가 서식한다. 엽새우는 식용으로 쓰이지 못하고 가재잡이 미
끼로 이용된다.
법흥천 상류 법흥사는 인제군 봉정암, 정선군 정암사, 오대산 상원
사, 양산 통도사와 함께 신라 실성왕 때에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
왔다는 진신사리와 가사를 보관하고 있는 사찰이다.
▲먹거리=성골대추나무집 민박(0373-72-6620)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다.
상주사지의 쓸쓸한 석탑.
보령에서 서천 방면으로 1㎞ 가량 내려가면 왼쪽에 성주터널로 가는
40번 국도를 만난다. 부여 가는 길이다. 터널 위 옛길로 올라가면 또다
른 세계가 펼쳐진다. 정상에 있는 정자 옥마정에서는 대천앞바다와 남포
방조제까지 훤히 내려다 보인다. 비포장 길이지만 워낙옛날부터 다져진
길이라 비가 쏟아져도 무리는 없다. 정자에서 비에 잠긴 서해를 보는 기
분이 묘하다.
터널에서 성주리에 닿으면 왼쪽으로 성주사지 가는 길이다. 심연동
계곡으로 2㎞를 들어간 곳에 자리했다. 신라 말기 구산선문 중 하나로
이름 높았던 곳. 석탑 4기와 탑비 1기, 석불 입상, 9천평의 터에 산재한
기와 조각등이 쓸쓸히 객을 반긴다. 성주산 자연휴양림(0452-30-3529)과
보령 석탄박물관(0452-34-1902)이 근처.
613번 지방도를 따라 보령댐쪽으로 내려가 미산면 봉성리를 지나면
백제골 계곡이 나타난다. 계곡 발원지까지는 3㎞ 정도. 군데 군데에 쉴
만한 바위들이 많고 숲이 울창하다. 동네 사람들이 수영장 비슷하게 만
든 곳도 있고 작은 폭포와 소들도 많다. 백제골 앞 도로를 따라 아홉사
리 고개를 넘으면 옥산저수지와 이어진다. 보령댐은 이제 물이 들어차기
시작한 신생 댐. 도로에서 내려다보는 수몰된 옛 도로가 애처롭다.
▲먹거리= 꽃게탕과 꽃게찜의 진수를 맛보려면 대천해수욕장 입구의
대천관광농원(0452-33-8542)을 찾아간다.
문화재-동굴등 다양한 볼거리.
호수 유람과 계곡욕, 문화재 답사, 동굴 탐사 등을 두루 즐길 수 있
는 다목적 여행지이다. 충주에서 3번 국도로 수안보로 가는 갈림길에서
내처 달리면 충주호반 오른쪽으로 멋진 드라이브길이 단양까지 이어진다.
하이라이트는 도담삼봉. 이른 아침 도담삼봉에 가면 물안개가 스멀 스
멀 피어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카메라가 있다면 꼭담아야 할 명장면
이다.
충주호 선착장(0441-851-5771)에서는 신단양, 장회나루, 청풍나루,
월악나루행 유람선이 하루 5∼6회씩 있다. 충주호 남쪽 36번 국도는 월
악나루 입구에서 월악산국립공원 종단 597번 지방도와 만난다. 이 길을
따라가면 도로변에 펼친 송계계곡으로 갈 수 있다. 길이가 10여㎞로 월
악산 자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데다 곳곳에 바위 지대가 발달돼
있어 어린이 동반여행지로 적격이다.
36번 국도 수산면 수산리 왼쪽으로 청풍문화재단지 입구가 있다. 충
주호가 조성되면서 수몰된 지역의 유적을 전시중. 보물 제528호인 한벽
루와 546호인 석조여래좌상 외에 생활유물 1천6백여점 등을 함께 전시하
고 있다. 계속 동쪽으로 달리다 단양교에서 우회전하면 영주, 좌회전하
면 단양으로 올라가는 길(5번 국도)이다. 고수대교를 건너서면 고수동굴,
노동동굴, 천동동굴을 차례로 만난다.
▲먹거리=신단양나루터 부근의 경주식당(0444-423-0504)은 올뱅이(다
슬기)국과 올뱅이무침을 잘 하기로 소문났다.
울창한 숲, 기이한 바위들.
봉화군, 안동시, 청송군, 울진군으로 둘러싸인 영양은 경북에서도 꼽
히는 고원지대. 골이 깊다. 큰 비가 내리지 않는날을 골라 이 곳을 찾으
면 길 옆 계곡은 골속골속 운무가 자욱한 선경으로 변한다.
영양읍내에서 31번 국도로 봉화 방면으로 13.5㎞를 북진하면 문암리
에서 924번 지방도를 만난다. 이 길을 따라 동쪽으로 가면 백암온천과
평해에 닿는다. 바로 이 길목에 수하, 본신이라는 때묻지 않은 계곡 두
개가 들어앉았다. 수비중학교에서 상류 수비초등학교 수하분교에 이르기
까지 지방도를 따라 장수포천이 흐르는 일대를 수하계곡이라고 한다. 울
창한 숲, 기이한 바위, 맑고 시원한 물 등 삼박자를 고루 갖췄다. 계곡
상류 버스 종점에는 송방 자연휴양림(0574-82-3466)이 들어서 있다. 방
갈로가 5동 있다.
수비중학교에서 백암온천으로 가는 길의 신원2리로부터 수비초등학교
본신분교에 이르기까지 5㎞ 도로변을 따라 본신계곡이 펼쳐 있다. 노변
주차장도 군데 군데 있고 솔밭에는 캠핑 공간이 많다. 비가 내리면 계곡
물이 급격히 불어나므로 물가의 텐트는 철수시켜야 안전하다.
▲먹거리=본신계곡 내 수비관광농원(0574-82-2682)에서 산채비빔밥과
흑염소 불고기를 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