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통일이 되고, 일본과 미국 등 외세에 얽매이지 않을때
비로소 진정한 광복이 될 것입니다. 이것은 일본군에서 복무하고 미국
정보기관에서 일한 제 체험의 결론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일제때 일본군 장교로 복무하고, 그후 30여년
간 미국 정보기관에서 근무한 하리마오 박(78·본명 박승억)씨가 자전
적 실화소설 '누가 무궁화꽃이 피었다고 말하는가'(전2권·송림출판)
를 냈다. 어린시절부터 해방까지를 다룬 이 소설은 한국 태생으로 일
본 상류층 가정에 입양되어 일본군인으로 대동아전쟁을 겪은 저자의
경험을 통해 광복의 의미를 새롭게 일깨우고 있다.
"저를 입양한 일본인 부모님도 사랑하지만, 머리가 커가면서 점점
'나는 한국인'이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조선인이란 이유
로 첫사랑 일본인 처녀와 결혼에 실패하고, 일본군 장교 신분으로 들
은 종군위안부 이야기 같은 일제의 만행은 제 갈 길을 분명하게 해주
었습니다.".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그의 부모는 3·1운동후 독립군에게 군자
금을 제공하다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옥중에서 모두 자살한다. 고아로
떠돌던 그를 입양한 것은 경성지방법원 춘천 지청장. 물론 일본인이다.
일본에서 살던 그는 도쿄에서 우연히 만난 조선인 유학생을 통해 자신
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고, 조국애를 느끼게 된다.
소설은 저자가 2차 대전이 끝난 후 일본인 아내, 두 딸과 함께 한
국행 배를 타는 것으로 끝난다. 그는 해방이후 미국 정보기관에서 근
무한 생활을 담은 후편을 곧 출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