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뚝섬 LG 돔구장 놓고 국민회의-서울시 공방 ##.

뚝섬 다목적 돔구장을 둘러싼 서울시와 대한축구협회, 월드컵 조직위
간 '축구 전쟁'의 전선이 '대선 전쟁'으로 옮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순 서울시장 겸 민주당 총재의 대선 출마로 표밭을 잠식당한 여야 정
파들이 아직소문으로만 나도는 뚝섬 돔구장 특혜 의혹을 '조순 흠집내기'
에 적극 활용할 태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측은 비록 관련 의혹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조 시장이 축구
전용구장 마련에 소극적이면서도 LG그룹의 뚝섬 돔구장 건설은 적극 도
왔다는 루머를 집중 부각시키며 국민들의 월드컵 정서를 자극할 경우 치
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계산이다. 조 시장 출마를 크게 껄끄러워하고 있
는 신한국당측도 국민회의측 움직임을 내심 반기는 듯한 눈치이다.

지난 8월28일 서울시의회에서 이같은 조짐은 구체화됐다. 국민회의
정수화 시의원은 이날 시정 질의를 통해 "서울시가 LG그룹에 뚝섬 돔구
장부지 3만3천여평을 주변 부동산 시세의 3분의 1 가격에 매각한 것은
특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특혜가 조 시장의 장남이 LG전자 상무
로 재직중이기 때문에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당초
축구 전용구장으로 인가된 돔구장이 어떤 경위로 다목적 구장으로 변경
됐는지 경위를 밝히라"고 따졌다. 27일에도 국민회의는 문석진 시의원이
나서 같은 요지의 의문을 제기했다.

● 서울시 "근거 없는 억측" 주장.

국민회의측이 제기한 이런 의혹들에 대해 서울시측은 예상했다는 듯
즉각반박했다. 시측은 "지난 95년 5월 월드컵 유치위와의 협의 과정에서
잠실주경기장을 보수해 개·폐회식장으로 쓰고 뚝섬 돔구장은 축구 전용
구장이 아닌 다목적 구장으로 건설키로 합의했다" "돔구장 부지 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낮은 것은 도시계획상 다른 용도로 전용이 불가능한 운동
장부지로 결정돼 있어 인근 주거 지역보다 낮게 평가될 수밖에 없다"며
조목조목 해명했다. 시측은 또 돔구장 건설 계획은 지난해 9월 시의회
동의를 거친 것이며 LG상사의 입찰 과정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
했다. 한마디로 관련 의혹들은 "전혀 근거 없는 억측"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회는 부지 매각 과정과 절차 및 매
매 가격에 대한 행정 사무 감사를 실시키로 결의하고, 여야 13명의 시의
원으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감사는 조 시장이 시장직을 떠나는
오는 9월10일 이후 실시될 예정인데 그 결과는 물론 감사 과정에서 조
시장이 적잖은 압박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날 조 시장과 서울시가 시의원들이 제기한 의혹의 잣대 위에 올라
있는동안 장외에서는 이해 당사자인 LG그룹과 월드컵 조직위가 또 다른
전선을 형성했다. LG는 특혜 시비가 제기되자 28일 "돔구장 설계를 최종
확정, 올해 10월 착공해 월드컵 이전인 2002년 3월 완공할 계획"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이 돔구장은 축구의 경우 6만5천명, 야구는 5만5천명,
대형 야외 콘서트와 같은 이벤트에는 8만4천명까지 수용이 가능한 초현
대식 다목적 구장이라는 '선전'을 곁들였다.

그러나 월드컵 조직위는 LG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LG가 건설할 돔구
장에서 개막식과 준결승전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확정하는 한편 돔구장
의 월드컵 일반 경기 배정 문제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계속 보이고
있다. 만약조직위와 축구협회가 돔구장의 경기 배정을 '노'할 경우 파생
될 문제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돔구장은 서울시가 월드컵 경기 유치를
명분으로 LG측에 시 소유 부지를 매각한 것인데 월드컵에 쓰이지 않는다
면 구장 건립 계획 자체가 원인 무효로 되기 때문이다. 조 시장도 지난
8월11일 "월드컵 축구장을 한다고 해서 뚝섬 부지를 싸게 팔았다"면서
"만약 잘못된 것이라면 사업을 취소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게 되
면 돔구장 건설을 '공동 추진'한 LG와 서울시는 말 그대로 낭패를 당하
게 된다. 이 때문에 서울시측은조직위측에 "돔구장에서 1∼2경기라도 반
드시 치를 것"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지난 8월22일 서울시와 대한축구협회, 올림픽 조직위가 축구 전용구
장을 짓기로 합의, '축구 전쟁'이 정전 상태에 접어드는 듯했으나 서울
시가 '돔구장에서 1∼2경기를 치를 것'을 전용구장 건설의 전제 조건으
로 요구하는 바람에 축구협회와 조직위측은 다시 총칼을 빼들었다.

이들이 서울시측에 제기하는 의문도 국민회의 시의원들이 거론한 특혜
의혹과 맥이 닿아 있다. 축구협회가 95년 월드컵 축구 유치위가 설립되
기 훨씬 전부터 요구해온 축구 전용구장은 묵살하면서 LG에는 월드컵을
빌미로 돔구장을 허용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 축구협회 "전용에서 다목적으로 바뀌었다".

이들은 그러면서 몇가지 의문의 단서를 내놓는다. 먼저 서울시가 "지
난 95년 5월 월드컵 유치위와의 협의에서 뚝섬 돔구장은 축구 전용구장
이 아닌 다목적 구장으로 건설키로 합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대목. 이
에 대해 축구협회측은 시 주장과 달리 95년 5월29일 유치위가 서울시에
보낸 문서에는 경기장 용도가 '(주)LG 스포츠가 귀 시와 협의중인 축구
전용경기장 건설 계획'이라고 쓰여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다 그해 10월
4일 유치위가 보낸문서에서는 용도가 '보조 경기장 또는 대체 경기장'으
로 슬그머니 바뀌는데 여기에는 뭔가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당시 유치
위원장이 구평회 LG 고문이었고 서울시가 LG 프로야구용 돔구장 설립 계
획을 받아들여 '다목적 구장'으로 변형시켰다는 것이 축구협회측 주장이
다. 뿐만 아니라 돔구장 공개입찰 조건은 FIFA(세계축구연맹) 규정인
'6만5천석 이상의 개·폐식 돔'이었는 데도 서울시가 5월쯤 작성한 '2002
월드컵대회 개최 도시 선정을 위한 현황 자료'에는 조건이 '5만석의 밀
폐식 돔'으로 바뀌어 있었던 사실에 대해서도 협회측은 의문을 품고 있
다. 이는 곧 서울시가 돔구장을 철저히 프로야구용으로 허용한 증거라
고 협회측은 말한다. 이에 대해 LG측은 28일 계약 조건에 부합하는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는 반응이다. 서울시측도 행
정착오라는 해명이다. 그러나 서울시의회 김승건 재무경제위 간사(민주
당)는 "서울시가 돔구장 건설과 관련해 LG에 엄청난 특혜를 줬다고는 보
지않지만 문서상의 경기장 용도와 좌석 수가 도중에 바뀐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뚝섬 돔구장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국민회의측, 서울시와 LG 축구협회
월드컵 조직위 등이 벌이고 있는 다자전은 대선 정국과 맞물려 쉽게 결
판이 나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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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뚝섬 대 목동
축구협회·서울시, 전용구장 자리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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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조직위와 축구협회는 서울시가 조속히 축구 전용구장 부지부
터 지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부지 위치와 부지 지정 시기를 둘러
싸고도 이해 당사자들의 갈등이 적지 않다. 협회측은 현재의 동대문운동
장지역을 재개발하거나 뚝섬 LG돔 옆의 다른 부지를 희망하고 있다. 반
면 서울시는 지난 8월22일 목동운동장을 절충안으로 내놓아 양측이 의견
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전용구장 부지 지정 시기 문제와 관련, 조 시장의 9월10일 시장직 사
퇴 전에 하느냐 미루느냐는 것도 민감한 문제이다. 선거용 인기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의회측은 '전용구장은 반드시 하되 부지 결정은
조시장 퇴임후에'라는 입장이다. 협회측은 가능한한 빨리 하자는 쪽. 오
는 9월12일로 예정된 김영삼대통령이 주재하는 월드컵축구 본선 진출 전
략 회의에서 그 윤곽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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