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이 왜 솔로로만 들리냐." "첼로, 비올라 소리 좀 올려줘.".

6일 오후1시, 덕수궁 석조전 앞 뜰을 김광곤(53) MBC 음향담당 부국
장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3시간뒤 열릴 '한마음음악회' 준비를 서
둘러 끝내야 하는 탓이다. 김부국장이 해야할 일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음악회에 앞서 마이크와 스피커 위치를 정하고,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점검해야 한다. 음악회 전 과정을 녹음한 뒤 방송용으로 믹싱하는 일은
더 중요하다. 대형 음악회 음향총감독 자리는 방송사 음향 담당자중 최
고참이 맡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여기 설치된 마이크만 80개입니다. 이걸 현장에서 32개 채널에 녹
음하고, 방송사에 가서 2채널 스테레오로 모으는 '믹스 다운' 작업을
해야합니다." 그는 "리시버를 쓰면 안 보고도 악단 인원이 몇명이고,
마이크 80개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마이크 상표가 뭔지 알 정도가 돼
야 음향감독을 할수 있다"고 말했다.

김부국장은 국내 방송사를 통틀어 음향분야에선 독보적이다. 64년
MBC에 입사해 음향 일을 하면서 조선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할 만큼 열정
이 있었다.

남들은 15년쯤 지나며 관리직으로 빠졌지만 그는 음향 현장을 34년
째 지켰으니 경륜도 남다르다. 요즘엔 여러 대학교, 방송개발원에서 강
의도 자주한다. 전국 방송사 음향 담당자중 그에게 교육 한 번 안 받은
사람이 드물 정도라 한다.

그는 "음향감독을 제대로 하려면 '청음법'을 잘 익혀야 한다"고 했다.
몇십개 악기중 베이스 드럼 소리만 들어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그 소리
만 듣는능력이다. 10년 넘게 음향에 몰두해야 터득되는 기술이다. 실수
를 두려워해서도 안된다고 했다. 그 자신 항상 실수와 함께 살았다. 음
향은 영상쪽보다 실수 위험이 훨씬 높은 탓이다. 그렇다고 음향 일을
기피하는 후배들에겐 불만이다. "초기엔 힘들지만, 경륜이 붙고 나면
더 대접받는 게 음향 담당"이라는 걸 후배들에게 거듭 말해준다.

< 박중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