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인생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사연 많은 사람들 삶을
담는 KBS 1TV '아침마당'(매일 오전8시30분)은 그래서인지 같은 시간대
드라마들을 제치고, 시청률에서 아침을 석권하고 있다.
평균 시청률은 17∼18%, 수요일은 23%까지 오른다. 경쟁 채널 아침
드라마들은 7∼15%선이다. 진솔한 서민의 삶을 목소리 떨림, 표정 변화
하나 놓치지 않고 생방으로 전한다는 게 제작진 목표다. 요일따라 바뀌
는 테마는 시행착오를 거쳐 시청자 입맛에 맞게 자리잡았다.
이상벽-정은아의 구수한 진행도 한몫한다.
'TV중매'(월)는 스스로 결혼하기 쉽지않은 홀아비나 노처녀 노총각
을 맺어준다. 조선시대땐 나라에서 하던 일이란다. '부부탐구'(화)에
선 파경 직전 부부를 불러 하소연을 듣는다.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주는
'그 사람이 보고 싶다'(수)는 '제2의 이산가족 찾기'가 됐다. 이 3개가
'아침마당'의 대표적 서민 참여 테마다.
'아침마당'을 보고 있노라면 어떻게 섭외했을까 궁금하게 된다. 시
청자 신청이 기본재료지만, 출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다. '부부탐구'
담당 예미란PD는 생방송 당일 출연자 집에 꼭 모닝콜을 한다.
나오겠다고 전날 약속까지 했던 부부가 밤새 싸우고 안나오는 바람
에 방송사고가 난 쓰라린 경험이 있어서다. 그녀는 출연자를 설득하는
데 6개월 공을 들인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러고도 섭외 성공률은 20∼30%.
전흥렬 PD는 수사관이 다 됐다. 'TV중매' 신청자가 오면 그는 구성작가
를 포함해 3명을 거느리고 나가 위압적인 분위기로 1대4 면담을 한다. 결
혼이란 중대사에 거짓이 끼여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주변 이야기도 꼭
듣는다. 이혼을 2차례나 해놓고, 사별했다고 속인 남자도 그렇게 '적발'
했다.
전PD는 "맺어준 출연자가 결혼해도 걱정, 안해도 걱정"이라 했다.
행여 결혼생활이 잘못되면 도의적 책임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
란다. 그래도 지금까지 결혼한 6쌍이 다 잘 살아 다행이다. 11월엔
2쌍이 더 결혼한다.
원래 친구, 은인을 찾아주던 '그 사람이 보고 싶다' 코너가 지난 3
월 '가족 찾기 전용'으로 바뀐 데에도 사연이 있다. "가족 찾기도 바쁜
데 친구 찾게 생겼느냐"고 신청자들이 항의해온 탓이다.
조연동 PD는 "신청자가 몰려 요즘은 7개월을 기다려야 출연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2백50여명이 나와, 상봉률이 90%를 넘는다. 제
작진은 사람들 신상을 확인할때, 일선 통-반장 아주머니들에게 묻는 경우
가 많다.
"아침마당인데 좀 알아봐 달라"고 하면 아주머니들은 발벗고 뛰어
준다. 그리고 꼭 "이상벽씨 잘 있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김성응 책임프로듀서는 "사기결혼을 당하고, 남편 폭행과 의처증,
무시를 겪는 여인들이 부지기수로 나와 해결책을 하소연한다"며 "아침마
당을 보면 한국여성사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침마당'이 한국 여성의 밝은 뉴스를 주로 전하는 날이 빨
리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박중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