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성-블타바강 -모차르트자취 매력…프랑스 능가하는 관광대국 ##.
【 프라하=김광현기자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황금의 도시' '백탑
의 도시'로 불린다. 시대를 건너 뛰어온 고색창연한 건물들의 꼭대기마
다 금빛치장이 찬란하고, 교회의 첨탑만도 1백개가 넘는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칼4세와 루돌프2세 2명의 현군이 사실상 만들었다는 이 도시
는 1348년 설립된 독일어권 최고의 칼루브 대학도 품고 있다.
프라하성과 칼루브 다리의 낙조는 이제 전세계적인 명물로 꼽힌다.
68년 프라하의 봄의 현장이었던 바츨라프 광장은 화려한 쇼핑중심지로
변했다. 프란츠 카프카와 스메타나, 그리고 모차르트는 여전히 프라하에
서 숨쉬고 있고… 마냥 예쁘고 서정으로 가득찬 도시. 그래서 프라하는
요즘 사시사철 관광객으로 넘친다. 최근의 프라하는 '넘친다'기 보다
'엄청나다'는 표현이 더 적합했다. 프라하성에서 칼루브 다리로 내려오
는 언덕길, 블타바 강 주변, 칼루브 다리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구시가
일대는 사람에 치여 걸어다니기가 힘들 정도였다. 칼루브 다리에는 새벽
3∼4시에도 세계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프라하는 이미 세계
젊은이들의 만남의 장소. 파리로 로마로 가던 발길들이 점점 프라하로
옮겨오는 듯한 양상이다.
체코정부는 프라하의 관광객이 이미 연간 1억명을 넘었다고 밝히고 있
다.
이 숫자가 정확하다면 관광대국 프랑스나 오스트리아보다도 이미 앞
서는수치다. 실제 작년 관광 수입만 35억 달러로 95년의 28억 달러에 비
해 7억 달러나 늘었다. 관광 수입이 경상 적자를 상당 부분 보완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이 이렇게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끄는가. 고색창연한 성과 다리,
블타바 강이 우선 떠오르는 중심테마다. 그런데다 2차대전이나 독일군의
점령때도 거의 파괴되지 않았다. 유럽 대도시 가운데 이렇게 온전히 남
아있는 도시는 거의 없다. 거기에 또 스메타나의 음악과 20개에 달하는
박물관. 모차르트도 빈이나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트 보다도 '프라하의 모
차르트'는 더 유명하다. 1787년 돈죠반니가 처음 공연된 극장이 프라하
에 그대로 남아있다. 5월 중순부터 열리는 유명한 프라하음악제 때는 시
내호텔들이 그야말로 만원이다. 그리고 체코제 신발과 지갑, 보헤미안
크리스탈, 칼루브바트 도자기….
사람이 워낙 몰리다보니 작년 가을부터 자유요금제로 바뀐 프라하택
시의요금은 한 때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했다. 특히 칼루브 다리 부근에
서 밤에 택시를 잘못 탈 경우 불과 1㎞도 안된 거리에 8천5백크로네(2백
50달러)를 물어야되는 사례도 있었다. 내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원성이
자자해지자 얀 쿠칼 프라하시장은 지난 9월30일 드디어 택시요금만은 통
제요금제를 다시 도입한다고 선언해야 했다.
89년 민주화 혁명 이후 체코는 헝가리와 함께 동구개혁의 최우등국이
었다. 93년1월1일 평화적으로 슬로바키아와 갈라질 때까지만해도 잘 나
가던 나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도 동구국중 가장 먼저 가입했다.
그러나 작년부터는 시장경제의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다. 민주화-개방
화이후 계속 두자릿수로 치솟은 임금이 소비붐을 가져왔고, 이것이 무역
적자-성장정체-세수감소-재정적자확대로 이어졌던것. 몇 개 은행이 도산
하고 크로네화가 폭락하는 등 금융-경제위기가 지속됐고, 지금도 그 여
진이 남아있다. 이과정에서 집세도 지난 7월 2배 가량 일제히 오르기도
했다. 지난 여름의 홍수 피해까지 겹쳐 클라우스 총리 정부는 최근 의회
의 신임투표를 간신히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EU(유럽연합)는 명목소득에 관계없이 체코의 구매력을 감안한
1인당 실질소득이 이미 9천5백 달러를 넘어 서구수준에 근접했다고 보고
있다. 포르투갈이나 그리스 수준을 이미 앞섰다는것.
체코는 폴란드, 헝가리와 함께 EU집행위로부터 경제말고도 정치및 제
도부문에서도 합격점을 받아놓고 있다. 선거나 정권교체가 잡음 없이 민
주적으로 잘 진행되고 있고, 각종 제도는 질서있게 기능하며, 기본권도
잘지켜지고 있다는게 최근 EU집행위의 평가다. 그래서 폴란드, 헝가리와
함께 서구로부터 EU 및 나토 가입대상 1순위국가들로 뽑혀 당장 내년부
터 가입협상에 들어간다.
독일에서 체코 국경을 넘으면 대낮인데도 길을 따라 초미니스커트 차
림의 '거리의 여성'들이 죽 늘어서있다. 그런 이미지만큼 체코에는 아직
문제점도 많다. 경상적자와 재정적자, 높은 임금인상 추세, 물가압력,
화폐 평가절하 압력, 비효율적인 연금 및 사회보장체제, 아직도 '덜 일
하고 많이 놀려는' 국민들의 사회주의식 의식구조 등이 대표적인 문제점
들이다. EU집행위는 조직범죄 퇴치와 금융감독제도의 개선, 기업구조개
혁등이 체코의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 관광객들이 프라하를 메우고 있는 모습은 이 나라가 이
미인근의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와 비슷하게 되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