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테너' '제4의 테너'.
유럽 음악계에 한 신예 성악가가 혜성같이 등장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유럽진출 불과 6년만에 찬사와 질시를 동시에 몰고다니는
사람이다. 이름은 호세 쿠라. 올해 35세. '테너트리오'의 후계를 꿈
꾸며, 동시에 '테너 트리오'에 결코 지지않으려는 '욕망'을 가진 오
페라스타이다.
쿠라는 62년 12월5일, 아르헨티나 로자리오 출생. 15년간 합창단
단원. 83년부터 부에노스아이레스 오페라단 단원. 88년 대학성악과
졸업. 91년 유럽행. 그리고 파리 거주….
여느 성악도 처럼 평범한 길을 걷던 그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든 것은 94년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콩쿠르였다. 여기서 1등상을
받으면서 삽시간에 세계적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의 수제자 반열로
올라선 것. 도밍고의 주선으로 95년 런던로얄오페라에서 베르디의
'스티펠리오'를 불렀고, 최근에는 도밍고가 지휘하는 필하모니아 오
케스트라와 함께 '푸치니의 아리아' 모음을 CD로 내놓았다. 오는 23
일부터는 뮌헨 만하임 슈투트가르트 빌레펠트 쾰른 등 독일순회공연
에도 나선다.
도밍고가 얼마나 그를 '끔찍히' 여기는지 새파란 제자인 그와 공
동음반도 이미 내놓았다. 쿠라는 런던에서 음반을 제작할 때엔 도밍
고와 열띤 토론을 벌일만큼 주관도 뚜렷하다.
무대에서 보이는 그의 '열정'은 이미 소문이 나있다. 작년 오페
라 '삼손과 데릴라'의 마지막 공연 때는 다리에 온통 찰과상을 입을
정도로 열창을 했다. 독일시사주간지 포쿠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오페라를 반쯤 벗은 몸으로, 또 머리를 아래로 향한 채 부른
다"고 말했다. '라 기오콘다'에선 매우 관능적인 아리아를 특유의
고음으로 부르다 많은 청중들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그는 "도밍고와 음반업자들의 지나친 편애로 상업적으로만 키워
지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은 물론 "왜 이탈리아 오페라만 하느냐"
는 질시도 받고 있다.
그러나 본인은 "누구나 처음에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게 마련이고,
새 스타가 탄생하는 것은 시장의 법칙"이라고 받아친다. 또 자신이
음반업자들의 손아귀에 있다는 비판도 거부한다. 이탈리아 오페라만
하는 것도 "시장이 그런것을 요구하니까 나의 레퍼터리도 영향을 받
는 것이고, 실제 이탈리아 오페라가 현재의 나에게 맞기 때문"이라
고 설명한다. 그러나 2000년 이후에는 다른 종류의 음악도 섭렵하겠
다고 장기계획도 밝히고 있다.
카메라 앞에서의 '끼'도 스스로 완벽하다고 주장한다. 언제든지
좋은 오페라영화가 있다면 영화출연도 마다않겠다는 것. 프랑코 체
피렐리 같은 사람들로부터 이미 3∼4건의 영화출연 제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70년대까지만해도 자신은 오페라팬이 아니었
으며, 비틀즈, 카펜터즈, 아바, 비지스,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
라를 더 중시했다고 스스럼없이 밝힐 정도로 개방적이기도 하다.
도밍고나 파바로티, 카라얀 같은 대가들 밑에는 후계자를 꿈꾸는
음악도들로 항상 우글거린다. 그중 눈에 든 극소수는 그들에 의해 스
타의 길로 올려지기도 하지만 순식간에 그들로부터 버려지는 경우도
많다.그러나 쿠라는 자신이 결코 '반짝 스타'가 아니라며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 【 본=김광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