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조선 중기, 사랑하던 남편을 먼저 보낸 한 여인의 애절한 편지글이
공개돼 심금을 울리고 있다.

편지글을 쓴 이는 고성 이씨 이응태의 부인. 당시 안동지역의 유력
한 집안 자제이던 이응태가 1586년 31세의 나이로 숨지자, 가로 60㎝,
세로 33㎝ 크기의 한지에 깨알같은 언문으로 쓴 뒤 남편의 관 속에 넣
어 둔것이다. 그러다 지난 4월 경북 안동시 정상동 택지개발지구 내
무덤이 발굴되면서 4백12년 만에 햇빛을 보게 됐다.

'원이 아버지에게, 병술년(1586년)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로 시작
되는 편지는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라며 먼
저 간 남편에 대한 원망을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당신을 여의고는 아
무리해도 살 수 없어요'라며 애타는 그리움을 적고 있다.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나는 당신 마
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당신은 내 마음을 어찌 가졌나요.' 생전의 각
별했던 부부애가 편지 곳곳에 들어 있다.

이응태의 부인은 남편의 병환이 중해지자 자신의 머리카락과 삼줄
기를 엮은 신발(미투리)을 삼아 천지신명께 기도했으나 남편은 끝내
세상을 떠난것으로 집안에 전해오고 있다.

이 편지글은 안동대박물관이 주최하고 있는 '4백50년만의 외출' 특
별전에서 고성 이씨 분묘에서 출토된 다른 유물들과 함께 오는 11월24
일까지 전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