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미·곤충류가 전체의 60% 이상…사람 손 닿으면 '멸종 위험' ##.

♧ 관광용으로 개방된 동굴들이 환경 변화로 인해 종유석에 이끼가 끼
거나 훼손당하는 수난을 겪고 있지만 동굴의 주민격인 동굴 생물들은 생
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일부 동물은 이미 발견되지 않고 있으며, 사람
을 피해 동굴 깊숙한 곳으로 숨어버리기도 한다.

빛이 없는 동굴에서는 식물은 살지 못한다. 현재 미생물에 대한 연구
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동물 생태에 대한 연구만이 일부 진
행되고 있다.

동굴에는 약 3백여종의 생물이 살고 있다. 이 중 거미와 곤충류가 전
체 동물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박쥐처럼 외부를 오가며 사는 동물이
있는가 하면, 새우나 플라나리아처럼 생명의 시작과 끝을 동굴 속에서
이어가는 순수한 동굴 거주 동물들이 있다. 간혹 뱀이나 개구리 등도 발
견되지만 먹이를 찾아 실수로 들어온 것들이어서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굶어죽고 만다.

뱀이나 개구리가 굶어죽을 정도로 동굴 속은 먹이가 귀하다. 박쥐 똥
이 먹이사슬의 맨 아래에 있어 동굴 식구들의 허기를 채워주지만 이를
제외하면 나머지 먹이사슬은 질서가 없다. 동굴의 먹이사슬은 아주 특이
해 '모든 것이 모든 것의 먹이가 되는' 이상한 구조를 갖고 있다.

동굴생태를 연구하는 최용근씨는 "동굴 속은 항상 먹이가 부족하기 때
문에 힘이 약하거나 병이 들면 동족에게도 잡아먹힌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동굴에서 곱등이와 농발거미를 채집해 먹이를 주지 않고
한 장소에서 키웠더니 처음에는 거미가 곱등이를 잡아먹었는데 거미가
병들자 곱등이가 거미를 잡아먹고, 나중에는 곱등이들끼리 잡아먹더라"
며 "극한 상황의 먹이 부족 때문에 이같은 모습은 동굴의 일반적 현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먹이가 부족하다 보니 생명력도 끈질기다. 반도굴아기거미의
경우 먹이를 주지 않았는데도 8개월까지 생존할 정도로 질긴 생명력을
갖고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동굴 생물들이지만 인간 앞에서는 한
없이 약한 미물에 불과하다. 최 소장은 "수천만년 동안 '가난하지만 평
화롭던'동굴 생태가 인간에 의해 급격히 훼손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환선굴에서 자주 목격되던 장님 플라나리아는 이제 전혀 발견되지 않
고 있으며, 대부분의 굴에서 볼 수 있었던 검은 토끼박쥐, 붉은 박쥐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최 소장은 이 때문에 요즘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
다.

그는 "노래기와 갈르와벌레, 장님좀딱정벌레, 톡토기, 새우, 거미류
등 아직 연구도 못한 동굴 생물들이 사라지거나 동굴 깊숙한 곳으로 숨
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박쥐는 신경통에 좋다는 소문 때문에 마구
포획돼 지금도 일부 재래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