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거'와 발음 비슷한 `니거들리' 사용 시국장 사임 ##.

최근 워싱턴 정-관가에 '금기어'가 하나 추가됐다. '인색한'이
라는 뜻을 가진 '니거들리(niggardly)'라는 말이다. 이 단어가 졸지
에 금기어가 된 것은, 그 발음이 흑인을 비하하는 '니거(nigger)'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의 일상 생활에서 그다지 자주 사용되는 단어라고도 할
수 없는 이 말은 이제 워싱턴 안팎의 최대 화제어다. 발단은 올해초
새로 출범한 앤서니 윌리엄스 워싱턴 시장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
는, 워싱턴 시 정부의 데이비드 하워드 공공정책 국장의 한 회의 석
상 발언에서 비롯됐다. 하워드는 2명의 시 공무원과 '빡빡한 예산
사정'에 대해 대화를 하던 중 이말을 썼다고 한다. 하워드는 백인이
고 2명의 시 공무원은 흑인이었다. 이들은 하워드의 말이, 흑인들인
자신들을 비하하는 뜻을 담은 것으로 간주했다고 한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 챈 하워드는 곧바로 취지를 설명하고 오해를 야기한
데 대해 사과했다고 한다. 하지만 '인종적 단어'를 사용했다는 소문
에 시달린 끝에 지난 30일 결국 사임했다.

미국 수도 워싱턴은 '흑인 정치'가 지배하는 도시다. 시 자치가
이뤄진 70년대 초반이후, 단 한번의 예외도 없이 흑인시장들이 당선
됐다. 50만명쯤으로 추산되는 시 인구의 70% 가량이 흑인들이다. 하
지만 이 기간 동안 워싱턴시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하워드의 사임은 엄청난 논란을 낳고 있다. 미국의 '인종 금기
영역'이 상식선을 넘어섰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미 정
부나 기업 등은 공적인 자리에서, 흑인 등 소수 인종과 여성들을 비
하하는 말의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자칫 공직 추방과 대형
송사 등의 분규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30여년 전
만 해도,이런 말들은 TV에서 사용될만큼 일상적인 단어들이었다. 정
부와 민권 단체들의 노력으로 인종적 편견을 담은 말들이 최소한 공
식석상에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요즘은 하워드 국장 경우처럼 인종
문제가 악용되는 데 대한 우려가 제기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