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리턴 투 파라다이스'(Return To Paradise·
3일 개봉)는 무엇보다 선택에 대한 영화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주술처럼 반복하며 영화 관람에서 역지사지가 얼
마나 큰 동력인지를 웅변한다.

말레이시아에서 만난 미국 청년 루이스(조아퀸 피닉스), 셰리프
(빈스 본), 토니는 휴가를 만끽하며 친구가 된다. 2년뒤 뉴욕에 사는
셰리프와 토니에게 변호사 베스(앤 헤이시)가 찾아온다. 베스는 루이
스가 말레이지아에서 마리화나를 판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다며, 둘
이 말레이시아에 가달라고 부탁한다. 함께 마리화나를 피우기만 했다
고 법정에서 증언하면 루이스 목숨을 구할 수 있지만, 대신 둘은 3년
감옥생활을 해야 한다.

토니는 선뜻 승락하지만, 셰리프는 갈팡질팡 갈등한다. 주인공은
셰리프. 이 영화의 드라마적 목표를 말해준다. 도덕적 당위와 이기적
본능을 오가며 핑계를 찾는 사람들 심리를 세심하게 묘사했다.

하지만 극 흐름을 깨는 과격한 결말로 드라마 완결성을 스스로 무
너뜨린다. 선택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던 영화는 파국에 부딪친 뒤 흔
해 빠진 언론비판으로 서둘러 문닫는 범작이 되고 말았다.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와 '레드 코너'처럼 타문명에 대한 몰이해
도 악덕으로 남긴다. 말레이시아는 전반엔 말초적 쾌락만이 가득한
'천국'이고, 후반에선 이해할 수 없는 사법체계와 행형제도를 지닌
'지옥'으로 묘사한다. 이국에서 위기를 겪는 서양인의 두려운 눈동자
에 담긴 것은, 역설적으로 타자에 대한 경멸과 우월감이다.

(* 이동진기자 djlee@chosun.com *).